주흥철이 9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 우승트로피 앞에서 아들 송현 군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주흥철. 사진제공| KPGA
합계 13언더파 271타…1타차 정상
공동 2위 김시우도 ‘상금 전액’ 기부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이 따뜻한 대회로 마무리됐다.
9일 경기도 용인의 88골프장(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신인왕 후보 김시우(21·넵스)와 시즌 2승을 노리는 주흥철(35) 그리고 대회 주최자이면서 남자골프계의 맏형인 최경주(46·SK텔레콤)의 우승 경쟁에 관심이 쏠렸다.
경기 초반부터 혼전이 펼쳐졌다. 3타 차 공동 4위로 출발한 주흥철이 전반 9개 홀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뽑아내며 단독선두로 나섰다. 김시우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았다. 갑자기 어깨 부상을 당해 정상적으로 스윙하기 힘든 상태에서 경기에 나섰지만, 초반부터 버디 4개에 보기 1개로 막아내며 우승 경쟁에 불을 지폈다.
후반 들어 주흥철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13번부터 15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김시우는 버디 기회에서 퍼트가 조금씩 홀을 벗어났다.
흔들림 없는 경기를 펼치며 우승에 다가섰던 주흥철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17번홀(파4)에서 티샷이 OB구역으로 날아갔다.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2타를 잃어 2위에 1타 차로 추격당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승부가 갈렸다. 김시우가 1.5m 거리의 버디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연장전의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 퍼트가 홀을 살짝 벗어나면서 공동 2위(12언더파 272타)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1타 차 선두였던 주흥철은 마지막 18 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지만, 세 번째 샷을 홀에 가깝게 붙이면서 파 세이브에 성공해 13언더파 271타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9월 NS홈쇼핑 군산CC오픈 이후 시즌 2승째다.
치열한 우승 경쟁 뒤엔 남자골퍼들의 따뜻한 마음이 대회를 더욱 의미있게 만들었다. 주흥철은 지극한 아들사랑으로 유명하다. 그의 아들 송현(4) 군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았다. 병 치료를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는 앞서 두 번의 우승 때마다 아들과 아내를 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고는 다음에 우승하면 아들처럼 아픈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주흥철은 “아픈 아들을 돌보면서 더 아픈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됐다. 2014년 군산CC오픈 우승 직후 아내와 ‘다음에 우승하면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도 도움을 주자’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상금의 일부를 아픈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다”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2년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김시우도 나눔 실천에 동참했다. 우승을 놓친 아쉬움은 컸지만, 공동 2위로 받은 상금 전액을 최경주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최경주는 후배들의 아름다운 행동에 뿌듯해 했다. 최경주가 국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나눔’이다. 단독 7위(9언더파 275타)로 경기를 마친 최경주는 “어려운 가운데 대회가 마무리됐다. 시작 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를 정도였는데 다행히 많은 도움으로 풍성한 대회가 됐다”면서 “기부는 삶의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크든 작든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기부도 삶도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 나눔을 실천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후배들이 대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용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