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여자농구 임의탈퇴 논란…감독도 변해야 한다

입력 2017-01-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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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아란. 사진제공|WKBL

강압적 합숙훈련…선수들 동기부여 감소
WKBL, 적절한 선수보호규정 마련 필요

여자프로농구계는 최근 홍아란(25·KB스타즈)의 임의탈퇴 여파로 시끄럽다. KB스타즈는 4일 “심신이 지친 홍아란이 당분간 쉬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히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홍아란의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홍아란은 현재 고향인 경남 사천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시즌 도중 임의탈퇴된 홍아란에 대해 ‘프로의식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부 지도자들은 “여자농구선수 선수층이 워낙 얇아 쉬고 돌아와도 자기 자리기 있으니 배가 불렀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사실 그동안 여자프로농구에선 농구를 그만두는 선수가 매년 3∼4명씩은 나왔다.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에는 스타급에 속하는 홍아란의 임의탈퇴로 여론의 관심이 쏠렸다. 이를 몇몇 지도자들이 얘기하는 대로 선수만의 ‘프로의식 결여’로 몰아가선 안 된다. 매년 반복되는 일의 방지책을 제대로 찾지 못한 지도자들과 WKBL도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여자프로농구선수들의 생활은 무늬만 ‘프로’다. 일주일에 한 번 가량 외박이 있는 남자프로농구선수들과 달리 한 시즌 4∼5차례의 외박이 전부다. 그나마도 2군 소속 선수들에게는 아예 외박을 허용하지 않는 팀도 있다. 삼성생명, KB스타즈가 그나마 외박에 후한 편이다. 한 지도자는 “회사원들이 일이 힘들다고 그만두는가? 다 참고 버티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지만, 회사원들에게는 ‘퇴근’이 있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외박을 꺼리는 이유로 ‘여자선수들은 근육이 빨리 풀리기 때문에 많이 쉬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1980∼1990년대부터 국내에서만 나온 이야기다. 과학적 근거는 없다.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토론토에서 트레이너를 역임했던 키이스 디아멜리오 나이키 퍼포먼스 스페셜리스트는 2년 전 방한했을 때, 국내여자프로농구선수들의 훈련 방식에 대해 “강압적 합숙훈련은 효율적이지 않다. ‘여자선수들의 근육이 빨리 풀린다’는 말도 처음 듣는다. 웨이트트레이닝 이후 충분한 휴식은 근육 생성에 도움이 된다”며 의아해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1980∼1990년대 선수들만 못하고, 프로의식이 없다고 나무라기 전에 그들의 프로의식을 일깨워주거나 효율적 훈련을 통해 동기를 부여해줬는지 지도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적절한 선수보호방안과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WKBL과 그 회원사인 6개 구단도 과연 그동안 얼마나 프로다웠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지욱 스포츠1부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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