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루키 전우리 “박성현처럼 되고 싶다”

입력 2017-01-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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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배운지 7년 만에 KLPGA 투어를 밟게 된 신인 전우리가 새해를 맞아 당찬 포부를 밝히며 4월 데뷔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넵스

늦은 입문불구 꾸준한 성적으로 투어 입성
“쇼트·퍼트 등 정교함 보완해 첫 우승 도전”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골퍼들은 골프를 배운 지 평균 8∼10년 정도 만에 프로가 된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는 신인 전우리(20·넵스)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일찍 프로가 됐다. 데뷔를 앞둔 전우리는 4월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전우리는 골프와 매우 친숙한 분위기에서 자랐다. 아버지 전규정, 어머니 노유림 씨는 모두 프로골퍼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레슨프로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는 딸에게 골프선수의 길을 빨리 열어주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엔 그저 친구들과 모여서 공을 차며 노는 게 더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엔 달리기도 잘해서 운동회가 열릴 때면 계주 대표로 나설 정도로 잘 뛰었다.”

여자아이였지만 축구처럼 격렬한 운동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엔 육상부에 발탁돼 잠깐 높이뛰기 선수를 한 적도 있다. 소년체전에 나가 동메달을 땄을 정도로 소질도 있었다. 검도도 7년 동안이나 배웠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이왕 운동을 할 거면 골프를 시켜보자는 어머니 노유정씨의 설득이 통했다. 그런데 딸은 쉽게 골프와 친해지지 못했다. 전우리는 “처음에는 재밌지 않았다. ‘이런 운동을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보다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서 공을 차고 노는 게 좋았을 뿐, 운동선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7년 전 처음 골프채를 잡았을 당시를 떠올렸다.

골프에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실력은 늘었다. 남들처럼 좋은 성적을 거둬 국가상비군이나 국가대표가 된 적은 없지만, 해마다 실력이 조금씩 늘어난 덕분에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골프채를 잡은 지 5년 만에 부모의 뒤를 이어 프로골퍼 2세가 된 것이다.

프로라는 새로운 길은 전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다. 그 첫 번째는 골프에 대한 재미였다.

“프로가 된 이후에는 골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주니어 시절 한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좋은 실력은 아니었지만, 한 계단씩 성장하면서 프로가 되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서서히 나를 자극하게 만들었다.”

전우리. 사진제공|넵스



● 첫 상금 24만원으로 어머니 운동화 선물

2014년 4월 프로가 된 전우리는 그해 8차례 점프(3부) 투어를 뛰었다. 8월 경기도 안성의 신안골프장에서 열린 9차전이 프로로 처음 출전한 데뷔전이었다. 공동 26위를 기록했고, 상금 24만3000원을 손에 쥐었다.

“난생처음 내 손으로 돈을 벌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의미가 남달랐다. 엄마에게 드릴 운동화를 선물로 사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프로에게 상금은 자신의 진가를 확인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3부나 2부 투어에서 상금왕이 되면 정규투어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더 가까워진다. 전우리에게 24만원은 프로로서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전우리는 “점점 골프가 즐거워졌다. 아침 8시에 나와서 보통 저녁 8시쯤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정도로 연습 시간도 길어졌고 더 집중했다. 하루 12시간씩 고된 훈련의 연속이었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성장은 계속됐다. 2014년 3부 투어를 거쳐, 2015년 2부 투어로 올라왔다. 아쉽게 그해 정규투어 시드전 예선에서 떨어져 2016년에도 2부 투어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두 번 실패는 없었다. 우승은 없었지만, 2부 투어 2차전과 15차전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정상 문턱까지 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실시된 시드전을 24위로 통과하면서 꿈에 그리던 정규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골프를 시작한 이후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본선 첫날 10위권으로 출발하면서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3라운드 때 5오버파를 치면서 58위까지 떨어졌다. 그날 저녁 가슴이 철렁했고 걱정도 됐다. 긴장감 때문인지 4라운드 시작부터 경기가 꼬였다. 4홀 연속 파를 기록하다가 5번째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남은 홀에 집중하자’고 다짐했다. 그 뒤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끝냈고 꿈에 그리던 정규투어 시드를 받는데 성공했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전우리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아버지와 함께 10일 말레이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인 그는 “드라이브샷은 자신이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쇼트게임이나 퍼트 등의 정교함이 부족하다. 4월 첫 대회를 앞두고 남은 기간 독하게 동계훈련해서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고 돌아올 생각이다. 아직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는데 프로 첫 해에 그 꿈을 이뤄보고 싶다”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얼마 전에는 넵스와 후원계약을 맺었다. 루키로서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더욱이 넵스는 박성현, 고진영을 신인 때 발굴해 스타로 성장시킨 숨은 주역이다. 전우리는 “데뷔 때는 무명이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가 된 박성현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 전우리

▲1997년 1월12일생
▲키 176cm
▲은광여고 졸업, 세종대학교 체육학과 진학 예정
▲장기 드라이브샷(평균 260야드)
▲2014년 KLPGA 입회
▲2014년 KLPGA 점프투어 11차전 4위
▲2015년 KLPGA 드림투어 2차전, 15차전 2위
▲2016년 KLPGA 드림투어 상금랭킹 24위
▲2016년 KLPGA 정규투어 시드전 24위로 통과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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