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亞 ‘낮아진 문턱 환영’ vs 유럽 ‘수준하락 걱정’

입력 2017-01-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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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지난해 선거 당시 월드컵 본선 출전국 수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 FIFA 평의회가 10일(한국시간)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48개국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대륙별·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월드컵 본선 48개국 확대 엇갈린 시선

亞 티켓 6∼7장 예상…중국·UAE 등 기대감
유럽선 경기 질·부상 우려…법적 대응 움직임


국제축구연맹(FIFA)은 10일(한국시간) 평의회를 열어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출전국을 48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대륙별 월드컵 본선 출전국 수도 늘어나게 됐고, 월드컵 본선 진행방식도 바뀐다.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는 3개국씩 16개조로 나눠 치러 각조 1·2위가 32강에 오르는 방식으로 바뀐다. 32강전부터는 토너먼트로 자웅을 겨룬다.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에선 찬성의 목소리가 높지만, 경기 수준의 하락과 선수들의 부상 우려 증가 등을 걱정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11일 “이번 결정이 전 세계적으로 축구 열기 확산과 보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로2016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최근 각국의 경기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월드컵 본선 참가팀 확대가 질적인 하락을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본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2002 월드컵 당시 중국대표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월드컵 본선 미경험 국가들은 환영 일색

그동안 월드컵 본선과 인연을 맺지 못했거나, 어렵게 출전했던 국가들은 FIFA 평의회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특히 각 대륙 월드컵 예선전에서 막판 아쉽게 탈락을 경험한 적이 많은 국가들은 더더욱 그렇다. 북중미의 캐나다, 아시아의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대표적이다. 축구에 큰 투자를 하면서 월드컵 개최까지 노리고 있는 아시아의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번 결정으로 FIFA 회원국(총 211개국) 중 22.7%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다.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월드컵 본선 출전국이 32개에서 48개로 늘어나면 대륙별로 최소 2장 이상의 본선행 티켓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 4.5장에 불과했던 본선행 티켓이 6∼7장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간 아시아는 FIFA 회원국수에 비해 월드컵 본선 출전권이 너무 적다는 얘기가 많았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또한 “가장 많은 인구를 지닌 아시아대륙은 세계축구의 미래다. 아시아에 월드컵 참가 티켓이 대폭 늘어나길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유럽에선 질적 하락, 부상 가능성 등 우려

축구열기가 가장 뜨거운 유럽의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하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경기 수준의 하락이다. 월드컵 본선 출전국이 확대되면 본선에서 만날 팀들의 전력차가 너무 커 일방적 양상의 경기들이 늘어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월드컵 본선의 질적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이는 월드컵 본선 출전국이 확대될 때마다 제기된 문제점이기도 하다.

유럽은 또 각국 대표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월드컵 본선 출전국이 늘어나면 경기수와 대회기간 또한 확대된다. 그러면 각국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소속팀으로 돌아가서도 컨디션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유럽에서 FIFA 평의회의 이번 결정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나친 상업주의다. FIFA가 월드컵 개최로 인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본선 출전국 확대를 결정한 것인데, 각국 협회나 선수들이 누릴 수 있는 금전적 혜택은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이유들로 유럽에선 스페인을 중심으로 당장 FIFA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FIFA)과 주요 리그 및 클럽들은 이번 FIFA 평의회의 결정을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파악하고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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