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왜 승부조작 박현준을 초빙했을까

입력 2017-01-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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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사진제공|KBO

KBO는 매년 이맘 때 신인선수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한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마인드, 매너 등에 관한 강연이 이어진다. 13일 대전 유성에서 열린 이번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극과 극의 인물 둘이 신인선수들 앞에 섰다. 삼성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41)과 승부조작으로 영구 제명된 전(前) LG 투수 박현준(31)이 그들이다.

KBO가 둘을 어렵사리 초빙한 이유는 각도는 전혀 달라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각기 뚜렷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현준의 강사 초청은 KBO로서도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성사된 일이다.

이와 관련 KBO 관계자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없진 않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에게 승부 조작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현준 스스로도 이런 자리에 나서는 것을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준은 정해진 강연 외에는 인터뷰조차 고사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인사는 “아직은 세상과 마주할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30~40분가량의 강연시간이 주어졌는데 10분만 말하고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준이 특별히 준비해온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전문 강사들의 프리젠테이션(PT)과는 달랐다. 가슴 속에 담아둔 참회의 고백을 하는데 굳이 자료를 준비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건네고 싶었던 말들만 남긴 채로, 서둘러 사라진 박현준의 모습 자체에서 신인선수들은 묵직한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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