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호준이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SK 시절 동료 김재현이나 올해를 마치고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처럼 스스로 은퇴시점을 결정하는 ‘행복한 선수’의 길을 따랐다. 스포츠동아DB
이호준은 16일 마산구장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날은 NC 선수단이 새해 처음으로 함께 모여 사진촬영을 하고 교육을 받는 날이었다. 이호준은 “올 시즌 후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3년 전 “은퇴시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선수로 큰 복이다”고 했던 말 그대로였다.
이호준은 “지난해부터 고심을 했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 김경문 감독께도 의논을 드렸다. 감사하게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와주시겠다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선수생활에 욕심이 커지더라. 그런 욕심으로 야구를 하면 마지막이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시즌이 끝난 후 하와이로 개인 훈련을 갔는데, (이)승엽이를 만났다. 이미 2017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승엽이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며 “이제 새 시즌이 시작되면 두 번 다시 설수 없는 한 타석 한 타석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질 것 같다. 스스로 ‘몇 년 더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해서 멋있게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SK 시절 이호준.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이호준은 1976년생이지만 한 해 빨리 학교에 입학해 동갑들보다 프로경력이 빠르다. 1994년 해태에 입단했고, 2017시즌을 마치면 24시즌의 프로 경력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호준은 한 해 선배인 이병규(43), 한 해 후배인 홍성흔(41)의 아쉬움 가득한 은퇴를 보며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투수로 입단해 타자로 변신한 뒤 SK에서 국내 정상급 타자로 성장해 자신의 전성기와 팀의 절정기를 함께 했다. 2013년 프리에이전트로 NC에 입단,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따뜻한 리더십과 노장 투혼으로 야구팬들 사이에서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인생은 이호준’이라는 멋진 말을 듣고 있다. 은퇴 시점을 스스로 결정하는 몇 안 되는 행복한 선수로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