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손아섭-강민호-한화 정근우-이용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FA(프리에이전트) 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들에겐 간혹 평소보다 성적이 오르는 현상이 관찰된다. 흔히 ‘FA 로이드(FA+스테로이드)’라고도 불리는 예비 FA 효과다.
KBO리그에서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친다면 FA 자격을 취득하는 선수(자격유지 제외)는 총 30명이다. 이중 몇 명이 FA 자격을 취득하고 또 몇 명이 권리를 행사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도 군침을 흘릴 만한 대어급 선수들이 많다.
이미 능력이 검증된 선수들은 마지막 시즌 활약이 몸값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게 사실이다. 준척급 FA들에겐 몸값을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예비 FA 효과’는 선수뿐만 아니라, 소속팀에도 영향을 미친다. 개인 성적의 상승이 팀 성적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이 효과가 팀 성적으로 직결된다면 어느 팀이 웃을 수 있을까.
롯데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8명의 예비 FA들을 보유하고 있다. 투수 이명우 이정민, 내야수 문규현 박종윤, 외야수 손아섭이 데뷔 첫 FA 자격을 얻을 수 있고, 투수 정대현, 포수 강민호, 내야수 최준석은 2번째 FA를 앞두고 있다.
유독 대어급 선수도 많다. 첫 FA를 앞둔 외야수 손아섭을 비롯해, 4년 전 총액 75억원에 계약했던 포수 강민호는 또 다시 ‘대박’을 노린다. 이대호에게 4년 150억원을 안긴 롯데로선 시즌 종료 후 내부 FA들에 대한 비용 문제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당장은 ‘행복한 고민’일 수 있다. 올 시즌 팀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지나치게 개인 성적에 치중할 수도 있지만,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만도 하다. 롯데의 뒤를 잇는 건 6명을 보유한 한화다. 신규 FA 2명(투수 안영명 이재우)에 재자격 4명(투수 박정진 송신영, 내야수 정근우, 외야수 이용규)이 있다.
이중 안영명은 생애 첫 FA를 앞뒀던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1년 뒤를 기약해야 했다. 또 4년 전 거액을 받고 나란히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와 이용규의 2번째 FA도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롯데와 한화 모두 지난해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팀들이다. 예비 FA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도 있다. ‘FA 대박’을 노리는 선수들이 개인성적은 물론, 팀 성적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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