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일러. 사진제공|KOVO
당시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1주일 휴가를 조건으로 테일러의 미국 출국을 허락했다. 테일러가 과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지 불확실성에 휩싸였는데 일단은 약속을 지켰다. 박 감독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체 외국인선수를 알아보는 작업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이 선택했던 테일러를 믿었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급한 불은 끄게 됐다. 그러나 사태는 해결이 아니라 봉합에 가깝다. 테일러의 심리 상태가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다른 형태의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과 미국의 극한 대립으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불안은 일단 큰 고비를 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이 어려운 현실에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V리그에서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잠재적 불안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정세에 한국 국민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큰 불안감을 느끼는 듯하다. 외신들의 한반도 관련 보도가 더 민감한 편이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21일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사태가 깔끔한 해결이 아닌지라 뒷맛은 씁쓸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