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한 조롱과 사라진 존중’ 수원-전북전, 상처뿐인 그라운드

입력 2017-10-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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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수원삼성과 전북현대 경기에서 전북 이동국이 패널티킥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수원 매튜의 돌발 제스처 & 홈팬 손가락 도발에 상처 입은 전북
-‘비신사적 행동’ 매튜 & ‘관리 책임’ 수원, 상벌위원회 회부 유력
-“우리도 전북처럼 PK 얻었어야 했는데” 심판 판정 억울했던 수원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의 통산 200승 달성이 또 다시 미뤄졌다.

전북은 10월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 정규리그 3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승점 62.

같은 날 ‘꼴찌’ 광주FC를 홈으로 불러들여 1-1로 비긴 2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59)와의 격차를 유지했으나 전북의 최근 기류는 그리 좋지 않다. 9월 17일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승리, 최 감독에게 199번째 승리를 안겼지만 홈 2연전을 포함한 최근 3경기에서 2무1패의 저조한 행보를 보였다.

결과도 아팠는데 전북 선수단과 최 감독은 이날 경기장 안팎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수원 외국인 수비수 매튜가 후반 36분 VAR(비디오판독시스템)까지 진행해 페널티킥(PK)을 얻은 전북 이동국에게 다가와 검지와 엄지를 비비며 돈을 세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상대 선수를 대상으로 한 조롱은 PK 판정이 잘못됐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전언에 따르면 당시 이동국은 제스처와 함께 “얼마를 (심판에게) 줬느냐”고 자신을 자극한 매튜에게 “앞에서 사라지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동국은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정면으로 과감하고 강한 킥을 날려 동점골로 연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물론 매튜는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제스처는 ‘(이동국이) 득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였고 ‘얼마를 줬느냐’는 말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그 장면(PK)에서는 우리도 아쉬움이 있다”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수원삼성과 전북현대 경기에서 전북 최강희 감독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러나 논란의 장면은 이미 널리 확산된 상황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매튜의 제스처가 경기영상으로 명확하게 확인된 만큼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축구 인들도 “매튜의 제스처는 ‘PK 실축기원’ 의미로 볼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프로연맹은 10월 2일 내부평가회의를 가진 뒤 사태 당사자들의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매튜의 돌출 행동이 비신사적이고 K리그를 모욕한 행위로 판단되면 징계를 피할 수 없다. 선수를 관리하지 못한 수원 구단도 징계 대상이다.

물론 수원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북에 내준 PK 실점 자체가 아닌 자신들도 PK를 얻을 만한 상황이 있었다고 분노한다. (수원이 볼 때) 비슷한 상황에 달리 적용된 잣대가 불만의 이유다. 4위 수원은 승점 52에 머물러 우승 경쟁이 몹시도 버거워졌다. 킥오프를 앞두고 “오늘 경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결의를 다진 서 감독은 경기 후에는 라커룸에 들어가 “이런 (판정 논란의) 상황이 1~2번이 아니다”를 연신 토해내며 거친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데 장외에서 또 한 번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 매튜의 행위 탓에 아마 화가 나 있던 최 감독은 경기 후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도발하는 일부 수원 팬들로 다시금 속을 끓였다. 큰 모욕을 당하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기장 안전 및 진행요원들과 수원 구단에 강하게 항의했다. 전북 스태프가 스탠드를 우산으로 가려주며 최 감독을 말렸으나 격앙된 분위기는 한동안 식지 않았다. 다만 물리적인 충돌로는 이어지지 않아 이 부분의 상벌위 회부는 피할 전망이다.

단단히 뿔이 난 최 감독은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1월 (7년간 코치로 일하던 수원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2005년 7월 전북 감독으로 가면서 ‘수원에게 절대로 지는 경기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긴 해도 지금은 아니다. 모두 다 잘되길 바란다. K리그를 특히 수원이 리드해주길 바랐다. 외국인 선수까지 (비신사적인) 제스처를 한 것은 정말 안타깝다. 원정 팀 감독이 욕을 먹는 상황은 당연하지만 벤치 뒤에서까지 조롱하는 팬들의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고 씁쓸해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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