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나바의 ‘4년 전쟁’,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

입력 2017-11-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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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뒤 왼쪽) 한국대표팀 감독과 이나바 아쓰노리(뒤 오른쪽) 일본 대표팀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 우승이라는 장기목표를 위해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이다. 감독으로서 첫 국제대회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펼치며 4년 전쟁의 막을 올렸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국 야구대표팀 선동열(54) 감독과 일본 대표팀 이나바 아쓰노리(45) 감독의 ‘4년 전쟁’의 시작은 일단 이나바의 승리로 끝났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선 감독은 예선전 역전패에 이어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결승에서도 0-7으로 완패했다.

한일 양국이 두 감독을 불러낸 배경과 시점부터 유사하다. 한국야구는 올해 3월 WBC에서 참패했다. 대표팀 세대교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KBO는 처음으로 전임감독 체제를 도입하며 선 감독을 ‘구원투수’로 낙점했다. 앞으로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2019년 프리미어12→2020년 도쿄올림픽이 예정돼 있다.

선 감독은 이번 APBC 대회에 단 한 명의 와일드카드도 뽑지 않고, 전원 만 24세 이하 혹은 KBO 3년차 이하 선수로 APBC 대표팀을 구성했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만들겠다는 담대한 포석이 담겨있다.

일본도 절박하긴 매한가지였다. 고쿠보 히로키 전 대표팀 감독 체제에서 2015년 프리미어12와 2017년 WBC 모두 우승에 실패했다. 그러면서 이나바 감독을 선임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반드시 따겠다는 결의다.

고쿠보 전 감독은 ‘사무라이 재팬’으로 통칭되는 일본 대표팀에 메이저리거를 거의 넣지 않았다. 이나바 감독 역시 ‘일본 대표팀의 리빌딩’ 노선을 계승할 듯하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예상이다. 실제 일본은 APBC 대회에서 고심 끝에 와일드카드 3장을 썼지만 일본프로야구의 특급 선수는 아니었다.

선 감독과 이나바 감독은 APBC를 통해 국가대표 감독 첫 경험을 치르는 지점도 교집합이다. 한국시리즈 2차례 우승(2005~2006년)을 비롯해 9년간 프로에서 지휘봉을 잡은 선 감독과 달리 이나바 감독은 프로 감독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일본 대표팀 수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두 감독은 투수력 위주의 저실점 야구, 스몰볼을 지향하는 점에서도 닮았다.

‘4년 전쟁’의 출발 지점에서는 이나바가 웃었다. 그 끝자락에서 웃는 자는 누구일까.

도쿄돔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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