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밥상 지키는 ‘3인의 기미상궁’

입력 2018-02-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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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평창·강릉선수촌 총 6510명 숙박 가능
숙박비 비공개…어려운 나라 IOC 지원

매일 400여가지 5000여명분 음식 준비
검식관 3명 거쳐야 제공…3시간 후 폐기

출입구 24시간 개방…보안 수속은 철통
사고에 대한 징계는 나라별 선수단 책임


마침내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이 문을 활짝 열었다. 이전에도 비공식적으로 선수촌에는 일찍 한국을 찾은 선수단이 묵고 있었지만 선수촌의 공식 입촌일은 2월 1일이다. 이때부터 전 세계에서 모여든 선수단이 자국을 대표해 국기를 달고 올림픽선수촌 생활을 시작한다. 평창과 강릉으로 나뉜 2곳의 올림픽 선수촌은 그동안 손님을 맞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며 시뮬레이션을 해왔다.15층 건물 8개가 들어선 평창 선수촌은 최대 3800명이, 22∼25층 건물 9개가 들어간 강릉 선수촌은 최대 2710명의 선수단이 묵을 수 있다. 짧은 기간동안 무려 6000명의 사람들이 북적거릴 선수촌은 취재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오직 참가선수와 임원 트레이너만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과 궁금한 내용을 Q&A로 풀어봤다.


Q=선수촌의 방배정은 기준은 무엇이고 누가 어떻게 배분을 하나

A=선수촌은 각 나라의 NOC(올림픽조직위원회) 소속의 선수와 임원들만이 거주가 가능한 곳이다. 숙소배정은 작은 방 2인1실, 큰 방 3인1실이 기준이다. 숙소의 규모에 따라 한 집에 들어가는 선수의 수가 정해진다. 방 배정은 조직위원회가 각 나라의 선수단 참가규모에 맞춰 필요한 집을 계산해 분배해준다. 이를 가지고 각 나라의 선수단에서 자율적으로 방 배정을 한다.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한 나라의 경우 건물간의 거리를 멀찌감치 띄워놓기도 하지만 이런 배치와 관련한 내부규정과 프로세스는 비공개다. 알려져 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의 생각이다.


Q=숙소의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비용은 누가 내나?

A=성수기 스키리조트의 하루 숙박비를 떠올려보면 비용이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게다가 선수들에게는 24시간 내내 뷔페식으로 식사가 제공된다. 비용이 상당한 수준인 것은 맞지만 하루에 얼마씩 계산해서 공개하지도 않는다. 다만 비용은 대회에 참가한 그 나라의 NOC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나라의 경우 IOC가 자체기금으로 지원해준다. 이 것도 지원받은 나라의 자존심을 고려해 밝히지 않는다. 북한도 이번에 어떤 과정을 거쳐 누가 얼마를 지불할지 궁금하다. 이번 선수촌 건설에는 민간자본 4000억원이 투입됐다. 2개의 건설사가 선수촌을 지었다. 이미 일반분양도 마쳤다. 참고로 강릉선수촌에 붙어 있는 전 세계 취재진을 위한 숙박시설 미디어 빌리지의 경우 4인실을 20일간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3000∼4000만원이다. 밥은 주지 않는다.


Q=선수촌에는 어떤 시설이 들어서나? 이번 대회만의 특징적인 것은?

A=선수들이 잠자고 생활하는 거주구역과 운영구역이 있다. 평창 선수촌은 국내에서는 처음 만들어진 아파트형 리조트다. 강릉 선수촌은 일반 아파트다. 입촌하는 모든 선수들은 운영구역에서 AD카드를 발급받아야 숙소로 갈 수 있다. 운영구역에는 메인엔트리 식당 선수들이 경기장에 갈 때 이용하는 차량이 오가는 트랜스팟 몰 등이 들어선다. 대회 기간동안 선수들이 이용할 수 있는 미용실 세탁실 편의점 우체국 피트니스 센터 등의 시설도 들어간다.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통문화 체험관도 있다. 역대로 선수단에게 좋은 대접을 해줬던 우리나라는 이번에도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이불을 준비했다. 선수들이 덮고 잔 이불을 원한다면 기념품으로 가져가도록 했다. 평창선수촌은 빨간색 강릉선수촌은 파란색, 페럴림픽 선수촌(평창)은 초록색 이불을 준비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전 세계 선수들에 머무를 선수촌의 시설은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국제적인 화제가 된다. 조직위는 철저한 사전점검을 통해 디테일의 완벽함을 자신했다. 선수들이 사용할 침대와 이불 등 침구류 모습(왼쪽)과 화장실 내부 모습. 사진제공 ㅣ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Q=선수들이 먹는 음식도 중요한데.

A=당연하다. 자칫 문제가 생기면 국제적인 망신이라 무엇보다 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다. 선수촌 식당은 하루 5000명이 이용하고 대회기간동안 대략 550만 명분의 식사가 준비된다. 선수들은 각자 종목의 출전시간에 따라 식사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선수촌 식당은 24시간 운영이다. 뷔페식이다. 매일 400여 가지의 음식이 제공된다. 각 나라의 식습관을 고려해 한식 양식 아시아식과 이슬람교를 위한 할랄식 등이 준비된다. 무엇보다 음식을 먹고 탈이 나지 않아야 하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담당자가 상주하며 모든 음식을 검사한다. 이미 몇 차례 시뮬레이션도 했다. 음식이 만들어지면 옛날 궁전의 기미상궁처럼 미리 음식을 맛보는 검식관 3명이 점검한다. 이들이 모두 OK를 해야 음식이 나간다. 모든 음식은 조리한 지 3시간이 지나면 자동폐기다. 식중독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첨단과학도 도입된다. 실시간으로 유전자 증폭장치가 설치된 검사차량이 대기하고 있다가 모든 음식이 선수단에게 나가기 전에 식중독 검사를 한다. 만에 하나 식중독 관련 유전자가 발견되면 즉시 배급을 중단하고 원인조사에 들어간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그동안 개최했던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리우올림픽 때는 선수촌의 식당이 너무 멀어서 선수들이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식당이 있어 선수들이 좋아할 것 같다.


Q=선수들의 먹성이 좋아 밤에 숙소에서 음식을 해먹으려고 할텐데 가능한가?

A=원칙적으로 숙소에서 취사는 금지다. 화재 위험이 있어서다. 물론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오래 전에 우리나라 선수가 선수촌에서 몰래 오징어를 구워서 먹다 사고가 난 적도 있다. 서양인들이 질색하는 오징어 구이 냄새가 밖으로 새어 나가자 보안요원이 수소문해서 찾아왔다. 원인을 묻자 우리 선수가 “간식을 먹었다”면서 영어로 스낵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보안요원은 뱀(스네이크)으로 알아들었다. 다음날 외신에서 한국 선수가 뱀을 먹는다는 오보가 나온 적도 있다.

Q=선수촌의 통금시간은? 또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다보면 사고도 발생할텐데 문제 선수는 강제로 내보내는가?

A=공식적으로 선수촌에 통금은 없다. 출입구는 24시간 개방이다. 다만 보안수속은 까다롭다. 선수촌에 들어간 모든 선수들은 각 나라의 선수단 단장이 책임지고 통솔한다. 선수가 사고를 쳐도 조직위원회에서 관여하지 않고 그 나라의 선수단 단장이 징계를 결정한다. 리우올림픽 때 새벽에 선수촌을 빠져나가서 사고를 쳤던 미국선수 기억날 것이다. 그 선수의 처벌은 미국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했다. 혈기방장 한 선수들이 모여 있다보니 선수촌에는 의외로 많은 사건이 생긴다. 술도 많이 먹고 성문제도 심각하다. 남녀숙소를 구분해놓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할 것은 다하는 선수들이 의외로 많다. 이 것만 노리고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각 나라의 선수단은 내부적으로 선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나름대로 규칙을 정하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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