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가 달랐던 이재성, 이젠 ‘킬러본능’만 채워라

입력 2018-02-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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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이 3일(한국시간) 터키 마르단스타디움에서 열린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볼을 빼앗기 위해 상대 선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 대표팀은 이번 터키 전지훈련 3차례 평가전에서 2승1무의 성과를 거뒀다. 이재성은 클래스가 다른 활약을 하며 대표팀의 대표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강철체력·킬링패스·탁월한 위치선정까지
터키 전훈 A매치 3경기서 100% 실력 증명
더 많은 공격포인트 욕심에 신태용감독 흐뭇


“그저 생각 없이 뛰는 게 아닌, 위협적인 선수가 돼야 한다.”

이재성(26·전북 현대)은 올해를 ‘인생의 전환점이 될 시간’으로 여기고 있다. 축구선수의 길을 걸었던 짧지 않은 시간 내내 가슴에 품었던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그리고 유럽 진출.

부상이나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 등 대단한 변수가 없는 한 적어도 그의 첫 번째 목표는 현실화될 공산이 크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날개로 뛸 수 있는 이재성에게 월드컵 초대장 자체는 문제가 아닌 듯 하다.

본인은 “모두가 똑같이 경쟁하고, 이를 이겨내야 월드컵에 갈 수 있다”고 자세를 낮추지만 동일 포지션에서 그 이상의 역할과 활약을 해주는 선수는 쉽게 찾기 어렵다. 빼어난 센스와 축구지능을 무기 삼은 이재성의 능력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2주간 진행된 축구대표팀 동계훈련에서도 고스란히 입증됐다. 소속 팀 전북 최강희 감독의 표현처럼 대표팀에서도 클래스가 다른 에이스다. 몰도바∼자메이카∼라트비아로 이어진 A매치 3연전에서 100% 실력 발휘를 했다. 지치지 않는 강철체력과 밀집된 상대 수비진을 단숨에 허물어버리는 ‘킬링 패스’를 만들었고 필요할 때면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탄성을 자아냈다.

축구대표팀 이재성.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그렇다고 자신 홀로 빛난 것은 아니다. 왕성한 활동량과 탁월한 위치포착 능력으로 동료들이 쉽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도록 했다. 상대 문전으로 볼이 이어졌을 때 그곳에 항상 이재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축구에서 필요한 가장 이상적인 플레이를 한 것이다.

어느덧 프로 5년차, 이재성의 성장은 거침없다. 슬럼프도 없다. 정강이 골절부상 여파에도 선수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영예를 독차지했다. 8골·10도움으로 전북의 통산 5번째 K리그 정상을 진두지휘해 최우수선수(MVP) 반열에 올랐고, 타 팀 동료들의 직접투표로 뽑는 동아스포츠대상에서도 ‘프로축구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 무대에서도 대표팀의 우승과 함께 MVP로 선정됐다.

짧은 휴식을 끝내자마자 이어진 대표팀 원정에서도 수준급 역량을 꾸준히 발휘했으니 신태용 감독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아직 채우지 못한 부분이 있다. 마무리다. 무작정 많이 뛰기보다는 효율적으로 뛰고 싶은 그다. 이재성은 ‘대표팀’이 거론될 때마다 “지금보다 공격 포인트가 훨씬 많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확실히 직접 슛까지 시도한 뒤 제 위치로 되돌아오는 장면이 예전보다는 잦아졌으나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안탈리아 캠프에서도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잘 싸우고도 항상 배가 고픈 킬러의 존재에 대표팀이 활짝 웃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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