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 조원태 총재. 스포츠동아DB
결국 현실적 대안은 하나뿐이었다. KOVO가 경비를 일부 부담하는 것이었다. 예상 외 지출을 하게 된 KOVO가 난감할 상황이었다. ‘얼마를 더 써야 하느냐’는 곧 KOVO의 살림살이와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짐작되듯, 해외 트라이아웃 지출의 주 비용 요소는 항공료다. KOVO와 구단의 논쟁도 항공료의 일부 보조 여부를 두고 벌어졌다.
굳이 말을 안 할 뿐, 배구계 사람이라면 “대한항공을 타고 간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대한항공이 V리그의 일원인데다가 현직 KOVO 수장이 대한항공 사장 겸 배구단 구단주인 조원태 총재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사진제공|KOVO
그런데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조 총재가 최근 KOVO에 뜻밖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KOVO의 출장은 공적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다.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는 항공편이 있다면 꼭 대한항공이 아니라도 괜찮다.”
트라이아웃이 유력한 장소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북부에 직항편을 두고 있는 대한항공으로 움직이면 동선이 간편해진다. 그러나 비용이 부담되면 다른 방편을 떠올릴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조차 못했다. 그래서 협상의 출구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조 총재의 ‘지침’ 덕에 KOVO 예산 지출의 유동성이 발생했다. 해외 트라이아웃의 활로가 열린 셈이다.
현실적으로 조 총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결단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룹의 이익만 우선한다면 나올 수 없는 파격이다. KOVO를 책임지는 한국프로배구의 수장이라는 위치를 잊지 않은 셈이다.
조 총재는 남자프로배구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을 찾았다. 삼성화재 관계자들 사이에서 “총재가 수행원도 없이 청바지 차림으로 혼자 오셨더라. 소탈하다는 평은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조 총재의 소탈함이 실용주의로 이어지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