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고교 1학년이지만 시속 152km의 강속구를 던져 야구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덕수고 장재영. 넥센 장정석 감독의 장남이다. 한국의 오타니를 꿈꾸는 아들이 프로 신인드래프트에서 아버지 소속 팀의 지명을 받으면 더욱 화제가 될 것 같다. 사진제공 | 덕수고 정윤진 감독
넥센 장정석 감독의 2남1녀 중 장남…186㎝·86㎏ 건장
목표의식도 뚜렷…“오타니처럼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
덕수고 정윤진 감독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16일 개막하는 황금사자기…고교 입학 후 첫 전국대회
소년투수의 앞날은? ‘성장 스토리’에 더 애정 품어야
고등학교 1학년이다. 입학한지는 겨우 2개월여. 그러나 성인 투수들도 힘든 시속 152㎞의 빠른 볼을 던진다. 주인공은 덕수고 우완투수 장재영(16)이다. 올해 KBO리그에선 유독 고졸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메이저리그에선 투타 겸업의 괴물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 고교야구에 깜짝 놀랄 만한 재목이 등장한 느낌이다.
덕수고 정윤진(47) 감독은 혀를 내두른다. 모교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25년간 재직했지만, 이런 제자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장)재영이가 중3 때 이미 시속 144㎞를 던졌다. 옛날이랑 달라서 요즘은 운동선수도 일반학생처럼 3월에 입학해야 야구부에 합류할 수 있다. 2주 정도 맨투맨으로 지도하면서 하체를 이용한 투구를 강조했더니 그새 149㎞를 던지더라. 습득능력이 대단하다”고 밝혔다.
장재영은 1일 경기도 고양 동국대야구장에서 대학생 형들을 상대했다. 16일 개막하는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대비해 이날 덕수고는 동국대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아직 소년티가 물씬한 장재영은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12개의 공을 던졌다. 두산을 비롯한 프로 4개 구단 스카우트들도 지켜본 경기였다. 스피드건에는 직구 최고 구속으로 무려 152㎞가 찍혔다. 한 번이 아니라 4차례였다. 정 감독은 “재영이의 빠른 볼에 동국대 타자들도 움찔했다”고 귀띔했다.
덕수고 1학년 투수 장재영은 시속 152km의 빠른 볼을 던지는 유망주다. 넥센 장정석 감독의 장남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중학교 3학년 때인 2017년 이미 시속 144km의 강속구로 주목을 받았다. 사진제공 | 덕수고 정윤진 감독
체격이 당당하다. 키 186㎝, 몸무게 86㎏이다. 여섯 살 때부터 시작해 선수반에서 활동할 정도로까지 열심히 배운 수영 덕분에 유연성은 물론이고 상·하체의 비율과 균형 또한 이상적이다. 한마디로 타고난 신체조건이다. “중3 때보다 키는 3㎝, 체중은 13㎏가 늘었다”는 게 본인의 설명. 지난 겨울방학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집중적으로 몸을 불리고 힘을 붙인 결과다.
장재영에게는 흥미로운 성장배경도 있다. 넥센 장정석(45) 감독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장 감독의 아들이 야구를 곧잘 한다는 사실은 야구계에 조금씩 전해져왔지만, 이처럼 놀라운 재능과 장래성을 갖춘 투수임은 금시초문에 가깝다. 장 감독이 평소 ‘자식자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 감독은 “장(정석) 감독과 고교 동문이다. 나보다 2년 후배다. 그 인연으로 재영이가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기에 야구를 할 수 있는 (갈산)초등학교와 (신월)중학교를 알아봐주고, 꾸준히 지켜봐왔다”며 “그런데 이렇게 눈부시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 과연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지 나 역시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직 어리지만 의젓한 구석도 엿보인다. 목표의식 또한 뚜렷하다. 장재영은 “고교에 입학하기 전에 1학년 때는 150㎞ 넘게, 2학년 때는 153~154㎞, 3학년 때는 158㎞를 던져보자고 다짐했다. 오타니처럼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가 목표다”며 수줍게 웃었다. 얼마 전 오타니는 시속 101마일(약 163㎞)의 광속구를 던진 바 있다. 중학교 때까지는 타격 솜씨도 괜찮았는지, “못 치지는 않는다”고 자평했다.
덕수고 1학년 투수 장재영은 시속 152km의 빠른 볼을 던지는 유망주다. 넥센 장정석 감독의 장남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중학교 3학년 때인 2017년 이미 시속 144km의 강속구로 주목을 받았다. 사진제공 | 덕수고 정윤진 감독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신체적 성장기라 자칫 급격한 변화는 원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어깨와 팔꿈치 등에 달갑지 않은 부상이 찾아들게 마련이다. 본인은 물론 아버지와 스승이 가장 염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 감독은 “올해는 40이닝 이내로 투구이닝을 제한할 계획이고, 장 감독한테도 그렇게 말해놓았다. 황금사자기 때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릴 생각이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엄청난 재목이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며 “코치와 트레이너에게도 특별히 당부했다. 급격한 신체적 성장에 따른 부작용에 각별히 신경 쓰고, 평소 대화도 많이 나누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황금사자기는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대회가 될 전망이다. 장재영이라는, ‘한국의 오타니’를 꿈꾸는 소년투수가 고교 입학 후 처음 맞은 전국대회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아울러 시속 152㎞의 빠른 볼 못지않게, 고교 1학년 투수가 앞으로 써내려갈 성장 스토리에 더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좋을 듯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