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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는 정확·간결하고 빠른 패스와 피지컬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실리축구가 대세가 됐다.
개인플레이를 고집하고 공격 템포를 끊는다는 이유로 드리블러의 중요성이 퇴색된 느낌이 많지만 여전히 많은 축구감독들은 화려한 드리블러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단, 한순간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이탈리아를 이끌고 독일 월드컵을 우승하고 나폴리와 유벤투스, 인터밀란 등 세리에A 명문 팀 감독을 역임했던 감독 마르셀로 리피는 과거 인터뷰에서 강팀을 만들기 위해 3명의 중심 선수가 팀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피 감독은 첫 번째로 일대일 드리블에 능한 선수를 꼽았다. 패스가 확실한 선수와 골 결정력을 갖춘 선수는 그 다음이었다. 그만큼 축구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반드시 상대수비를 파괴시킬 수 있는 ‘크랙’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강원FC에도 화려한 드리블러형 ‘크랙’이 존재한다. 바로 디에고다. 강인한 피지컬과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드리블로 상대를 파괴해 득점까지 결정짓는 특별한 유형의 선수다. 디에고는 지난 11일 치러진 KEB하나은행 K리그1 1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증명했다.
이날 강원FC는 전반전 내내 침체에 빠져있었다. 인천에 잇따라 2골을 먼저 내주며 0-2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송경섭 감독의 선택은 디에고였다. 경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디에고를 투입했고 이는 적중했다.
디에고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왼쪽 측면을 완전히 허물었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13분 상대 왼쪽 페널티박스 밖에서 수비수 1명을 벗겨내고 단숨에 골문 앞까지 침투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상대 수비수가 예측 못한 방향으로 드리블을 친 뒤 압도적인 스피드로 제쳐냈고 각도가 없는 상황임에도 골키퍼가 꼼짝 못하는 슈팅을 날리는 모습이 모든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 디에고는 계속해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공격의 활로를 찾은 강원FC는 난타전 끝에 3-3으로 무승부를 거뒀다. 자칫 기세가 기울어 패배할 수 있었던 경기를 되찾아 온 것이다.
후반기 시작 후 살아나기 시작한 강원FC의 디에고. 팀 내 간판 골잡이 제리치와 함께 강원FC를 상위권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