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선수들은 요즘 포워드 김상규(29)를 ‘갓상규(God+김상규)’라 부른다.
김상규는 마카오에서 열리고 있는 ‘서머슈퍼8(Summer Super 8)’에서 팀의 조 1위 4강행(3전 전승)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김상규는 9일 신장 플라잉 타이거스(중국)와 경기에서 17점·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박찬희와 강상재가 국가대표로 차출됐고, 차바위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키 201cm 김상규는 내·외곽에서 분전하고 고비 때마다 3점슛을 터트리고 있다.
21일 마카오 숙소에서 만난 김상규는 ‘갓상규’란 별명에 대해 “(정)효근이가 한 경기를 잘하니 장난으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김낙현·박봉진·최우연 등 후배들도 따라하며 놀린다”며 수줍게 웃었다. 정효근은 “(김)상규 형은 농구실력 뿐만 아니라 얼굴도 잘생겼다. 외모순위는 우리 팀이 아니라 KBL에서 몇 번째인지 따져야한다”고 말했다.
김상규는 “우리팀 장기인 외곽슛이 잘 터져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가고 있다”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린 뒤 “이제 난 중고참이다. 감독님이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라고 하셔서,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올 시즌 (김)상규가 잘하리라고 믿는다. 올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가 된다. 게다가 나와 동네주민이다”며 웃었다. 프로농구는 올 시즌부터 숙소생활이 폐지됐다. 김상규는 지난 4월부터 경기장 인근에 살고 있는데, 우연히 유 감독이 7월에 같은 건물로 이사를 왔다.
김상규는 “장내 아나운서도 같은 건물이다. 감독님이 셋이 작은 반상회를 하자고 하시더라”면서 “내가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운명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감독님이 더 챙겨주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국대 출신 김상규는 2013년 대학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평균 25점 정도를 넣었고, 한 경기에서 47점을 몰아친 적도 있다. 당시 단국대는 ‘김상규 원맨팀’에 가까웠다. 김상규는 “당시 팀에 키 큰 선수가 부족해 내게 공이 몰렸다. 내가 득점을 많이 올려도 지는 경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상규는 2012-2012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장재석, 임동섭 등에 이어 1라운드 9순위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군 팀 상무를 다녀왔다. 김시래, 최부경, 최진수 등과 함께 뛰며 농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3-14시즌 전자랜드에 복귀했지만 총 5시즌 동안 평균 17분을 뛰며 4.3점을 넣는데 그쳤다.
김상규는 “주위에서 적극성을 더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말씀하신다. 그동안 찬스가 생겨도 동료들에게 패스를 줬는데, 새 시즌엔 자신 있게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외곽슛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길을 돌아다녀도 알아보시는 분이 거의 없다. 제대로 마음먹고 해서 KBL에서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자랜드는 최근 8시즌 중 7시즌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아직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적이 없다. 김상규는 “더 이상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란 이야기를 듣기 싫다. 1차 목표는 4강 진출이고, 그 다음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21일 오후 6시 마카오 동아시아게임돔에서 열리는 서울 삼성과 대회 4강전에서 결승행을 다툰다.
마카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