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들으면 더 재미있는 ‘만루왕’ 이범호의 ‘만루론’

입력 2018-10-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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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스포츠동아DB

KIA 타이거즈 이범호(37)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만루의 강자’다. KBO리그 역대 정규시즌 최다 만루홈런(17개·포스트시즌 포함 18개)의 기록 하나만으로도 이범호의 ‘만루본능’을 설명하기에 무리가 없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이범호의 만루 본능은 더욱 도드라진다. “이 정도면 과학”이라는 팬들의 외침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만루 상황은 양날의 검이다. 안타 하나로 대량득점이 가능하지만, 병살타로 흐름이 끊길 가능성도 있다. 주자 2·3루 상황에서 고의4구로 1루를 채우고 다음 타자와 승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의 압박감도 엄청나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움츠러들 만한데, 이범호에게는 전혀 그런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만루에서 성적이 좋은 비결이 무엇인가.’ 이범호가 수 없이 받았을 질문이다. 당장 올 시즌에도 만루에서 1홈런 포함 10타수5안타(타율 0.500)에 무려 16타점을 쓸어담았고, 11년 전인 2007년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로 범위를 넓혀도 타율 0.377(114타수43안타), 15홈런, 146타점의 성적은 변하지 않는다. 이에 이범호는 “어떻게든 타점을 올리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만루는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코스에 공이 들어올지 생각하고 타격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만루 상황에서 상대 배터리의 심리를 읽는 경지까지 올랐을까. 궁금증을 안고 질문을 던지니 ‘만루왕’은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만루 상황에서) 상대 배터리는 내가 가진 데이터 등을 생각하며 최대한 어렵게 승부할 것이다”며 “나는 특정 코스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실투 싸움이다. 실투가 들어오면 나는 그만큼 공략하기 편하다. 만약 생각한 코스로 실투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내가 실패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편안하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의 관록이 느껴진 한마디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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