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김재환, 2579일의 후회와 노력

입력 2018-11-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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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19일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뒤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과거 도핑에 걸렸던 이력과 그로 인한 비난의 시선을 의식한 그는 가장 기뻐해야 할 날에도 팬들에게 더 땀을 흘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982년 시작된 KBO리그 역사상 시즌 최우수선수(MVP) 수상자는 단 27명뿐이다. 프로야구야구 선수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다. 레전드로 불리는 슈퍼스타 중에서도 MVP를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2018년 MVP 주인공 김재환(30·두산 베어스)은 트로피 앞에서 활짝 웃지 않았다. 가족들과 팀 동료들, 감독, 코칭스태프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부상으로 받은 K7 승용차를 기부한다고 담담히 밝혔다.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김재환은 후원사가 허락한다면 부상을 승합차로 바꿔 어린이 환우들을 돌보는 봉사기관에 전달할 생각이다.

김재환은 19일 서울 르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린 ‘2018 KBO 시상식’에서 홈런, 타점 타이틀 홀더 트로피에 이어 MVP를 수상했다. 한국야구 기자회 소속 회원 111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김재환은 총 점 487점(1위 51표·2위 12표·3위 8표·4위 2표·5위 3표)을 받아 팀 동료 2위 조쉬 린드블럼(262표)을 따돌리고 MVP에 선정됐다.

뜻 깊은 날이었지만 김재환은 먼저 “짊어지고 가야 할 일”을 언급했다. 그가 말한 ‘짐’은 2011년 파나마 야구월드컵에 참가한 뒤 도핑 테스트에서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이 나왔던 과거다. 호르몬제의 일종으로 김재환은 국제대회 참가를 앞두고 헬스장에서 권한 피로회복제를 무심코 마셨다가 도핑에 적발됐다.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 이후 김재환에게 ‘금지약물복용’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두산 김재환. 스포츠동아DB


김재환은 “제가 짊어지고 가야할 부분에 대해 더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살겠다. 그라운드와 야구장 밖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겠다. 비판하시는 분들도 모두 야구팬이다”며 “그 분들이 계셔서 제가 존재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임을 짊어지고 앞으로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환이 도핑에 적발된 날은 2011년 10월 29일이다. 7년여 시간 동안 유망주는 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순탄치는 않았다. 포지션은 포수에서 외야수로 바꿨다. 1군 경쟁에서 밀리며 야구를 그만 둘 뻔 한 적도 있었다. 기대가 매우 컸던 대형 신인이었었던 만큼 주위의 질타와 스스로의 실망도 컸다.

2016년부터 두산 중심타자로 활약을 시작했지만 좋아진 성적만큼 비난여론도 커졌다. 김재환은 “그날 이후 단 하루도 그 일을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다. 최근 3년 동안은 사실 외출도 자제했다. 가족들도 인터넷을 한다. 그 부분이 가장 아팠고 걱정되는 일이다. 오늘도 기쁜 날이지만 마음 한쪽은 가족들을 걱정한다”고 털어놨다.

김재환은 2014년 결혼 했고 네 살 쌍둥이 딸과 두 살 셋째 딸을 키우고 있는 다정한 아빠다. 야구를 그만두려 했지만 아이들을 보며 다시 배트를 잡았다. 언제나 응원과 함께 야유가 뒤따르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어떻게 해야 참회를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휴일을 반납하고 훈련을 한다. 야구역사에 김재환이 어떤 선수로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스스로의 노력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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