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변화를 위해 우승감독을 포기하다

입력 2019-04-02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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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사퇴했다.

2011년 8월 여자부 제6구단의 창단사령탑으로 현장에 컴백한 뒤 7년만이다. 그동안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던 팀에 1번의 통합우승 포함 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기고 6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도드람 2018~2109 V리그에서 4위에 그친 뒤 계약종료를 1년 남기고 스스로 옷을 벗었다. 이정철 감독은 1일 서울 을지로의 IBK기업은행 본사를 방문해 김창호 단장과 만나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단도 이정철 감독의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의 인연을 이어가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는 1일 양재동에서 벌어졌던 V리그 시상식 행사에도 불참했다.

구단은 이정철 감독을 고문으로 추대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2020년 6월까지의 계약을 유지하면서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초대감독을 배려해준 것으로 보인다. 2일 홀로 등산을 하고 있던 이정철 감독은 “그동안 오래 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헤어질 때는 깨끗이 끝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서로 잘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모든 배구인들의 소망이었던 6번째 신생팀 IBK기업은행을 맡아 수많은 역사를 만들어왔기에 갑작스런 퇴진결정은 충격적이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지내다보니 이정철 감독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해 이번 기회에 팀을 떠나 재충전을 하자는 뜻도 있었고 강한 카리스마의 감독이 팀을 이끄는 것에 프런트가 부담을 가져왔기에 서로가 현실을 인정하고 더 이상의 상처를 받지 않는 선에서 계약을 끝내기로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또 하나 유념해 봐야할 것이 “선수들이 신바람 나게 배구를 하고 팬들에게 행복과 감동을 주는 배구”라는 표현이다. 이정철 감독이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으며 좋은 성적을 내왔지만 이 과정에서 몇몇 주전선수들이 팀을 떠나고 코트에서의 감독의 표현방식에 문제를 삼은 몇몇 팬들의 비난 댓글에 구단도 모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새로운 방향설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보도자료에 있는 ‘변화’라는 단어가 이번 이정철 감독 사퇴의 키워드로 해석된다.

이정철 감독은 당분간 현장을 떠나 쉬겠지만 워낙 그의 선수지도 능력이 탁월했고 여자선수들을 오랫동안 지도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풍부하기에 다른 팀에서의 눈독을 들일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이정철 감독과 함께 다음 시즌 준비를 해나가던 구단으로서는 이제 시간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갑작스런 감독공백의 상황에서 FA선수 영입 등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책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시간이 갈수록 이정철 감독이 떠난 자리를 실감할 것 같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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