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킬트레이너인 밥 윌렛(가운데) 코치가 SK-나이키 빅맨캠프에서 한국 농구 유망주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제공|SK나이츠
울산 현대모비스의 센터 이종현(25·202㎝)은 고려대학교 시절인 2015년 미국에서 훈련을 한 경험이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서머리그 출전을 목표로 삼고 나선 미국행이었지만, 첫날부터 한계를 느꼈다.
이종현은 “훈련을 하는데, 나에게 빅맨의 스크린을 받아서 플레이를 해보라고 하더라. 거기에서 ‘아, 나는 이곳(미국)에서 농구할 가능성이 없겠구나’ 싶었다. 어릴 때부터 한국에서 센터만 맡아왔기 때문에 가드에게 스크린을 걸어주는 것만 해봤지 내가 스크린을 이용한 플레이는 배워 본적도, 해본적도 없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는 한국 농구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다. 국내 아마추어 지도자 중 열에 아홉은 선수의 신장을 보고 포지션을 구분한다. 초등학교 때 180㎝가 넘는 유망주들은 무조건 센터다. 골밑에서 동료들이 주는 볼을 받아 넣으면 그만이다.
중·고교 때까지 꾸준히 키가 큰다는 보장이 없다. 성장이 멈춘다면 어쩔 수 없이 가드, 포워드로 포지션을 바꿔야 하지만 어린 시절 센터만 경험하다 보니 기술의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또래 선수들에 비해 신장이 커 ‘특급유망주’로 각광을 받다가 성장이 멈춰 포지션을 바꿔 프로에서는 평범한 선수로 커리어를 마친 사례가 수두룩하다.
서울 SK와 나이키는 24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이천 SK텔레콤 인재개발원에서 ‘제17회 서울 SK 나이츠 & 나이키 빅맨캠프’를 열었다. 농구 유망주들에게 미국 선진 농구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는 이벤트로, 17년째 이어오는 전통 있는 농구 캠프다.
올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얼바인에서 활동 중인 스킬트레이너 밥 윌렛 코치를 초청해 SK 12세 이하(U-12)팀 선수 15명, 중학교 농구 유망주 등 총 72명의 선수들에게 선진 농구를 전수했다.
대부분의 미국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윌렛 코치 역시 기본기를 가장 강조했다. 특히 볼 핸들링 훈련에 공을 들였다. 그는 “초등학생, 중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볼 핸들링이다. 볼 핸들링이 되어야 스텝 훈련까지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볼 핸들링 훈련은 포지션이 따로 없다. 윌렛 코치는 “어릴 때 포지션을 구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 선수가 얼마나 클지 보장할 수 없지 않나. 그러나 기술은 그 선수의 기량 향상을 보장한다. 키가 커서 센터를 맡긴다거나 볼 핸들링을 등한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 볼 핸들링이 이뤄져야 농구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 농구에 즐거움을 느낄 때 이해력도 높아진다. 볼 없는 움직임과 전술적인 면을 가미하는 것은 농구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고 이해하기 시작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며 기본을 강조했다.
실제로 윌렛 코치는 미국에서도 초등학생,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는 포지션 구분이 없다. 그는 “지금 캠프에 있는 친구들 중에서도 몇몇은 쉬는 시간에도 잠깐 물만 마시고 배우는 걸 혼자 시도해본다. 집중력도 좋고 열심히 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농구에 대한 재미를 느낄 때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것이다. 지도자가 실수한다고 ‘하지 말라’며 막는다면 성장할 수 없다. 어린 친구들이니까 실수하는 것이 당연하다. ‘잘했다. 더 해보자’라며 자신감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농구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