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여우’ 양의지 있으매, 낯설음도 큰 위협 아니다

입력 2019-11-07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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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스포츠동아DB

단기전은 투수 놀음이다. 그리고 그 투수가 마음껏 뛰어놀도록 만드는 건 포수다. ‘특급 여우’ 양의지(32·NC 다이노스)의 존재감은 한국의 프리미어12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한국과 호주의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1차전이 열린 6일 고척스카이돔. 0-0으로 맞선 2회 무사 1루, 양의지가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S에서 2구째를 지켜본 양의지는 입을 크게 벌리며 당황했다. 심판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는 결코 심판이 반응하지 않을 위치에 꽂혔지만 스트라이크 콜이 나왔다. 결국 양의지는 3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이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시행착오는 타석에서뿐이었다. 미트를 끼고는 완벽 그 자체였다. 이날 호주는 좌완 양현종을 맞아 우타 일색의 라인업을 꺼냈다. 그러자 양의지는 경기 초반 양 쪽 스트라이크존을 시험하며 구심의 성향을 파악했다. 이어 몸쪽 속구와 바깥쪽 체인지업 위주의 볼 배합으로 호주 타자들을 유린했다. 호주는 이날 행운의 안타 하나를 제외하면 한국 투수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숫자로 나타나진 않지만 양의지의 존재감이 빛난 대목이었다.

단기전은 적응의 싸움이다. KBO리그에서도 심판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제대회에서는 이 역할이 더욱 커진다.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의 성향을 알기 어렵다. 아무리 전력분석 데이터가 있어도 어디까지나 참고 수준일 뿐, 당일 경기에 돌입해야 가늠이 된다. 1차전을 지켜봤던 A팀 스카우트는 “양의지가 상대 타자들과 심판을 한두 번 테스트한 뒤 완전히 요리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양의지는 본선 개막을 앞두고 “국제대회는 존이 넓다. 그걸 포수가 잘 이용해야 한다. 공을 ‘쾅’ 소리 나게 잡으면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는 경향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언뜻 농담처럼 들리지만, 포수가 주심의 존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자연히 투수는 흔들린다. 이를 억제한 건 리그 최강의 포수 양의지의 존재감이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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