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FC, 그들은 대전 코레일이다

입력 2019-11-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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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80억6000만원 vs 10억 원

‘2019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에 진출한 K리그1 수원 삼성과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대전 코레일의 선수단 연봉규모(수원은 2018시즌 기준)다. 8배 이상의 격차. 그런데 실력은 별 차이가 없다. 두 팀은 6일 대전한밭종합운동장에서 끝난 결승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경기는 원정 팀이 주도했으나 홈 팀은 빠른 역습으로 여러 차례 상대를 위협했다. 골대를 때리는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한 쪽도 코레일이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결승 2차전을 앞두고 코레일이 유리해졌다. 원정 다 득점 원칙이 적용돼 안방에서는 승리 못지않게 무실점이 중요하다. 골을 전제로 비겨도 내셔널리그 최초의 우승 트로피를 챙긴다. 1차전을 포함해 수원과 역대 세 차례 맞대결에서 코레일은 2승1무로 앞섰는데 3골을 넣고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대전 코레일 김승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코레일의 행보는 ‘한국판 칼레’로 불린다. 1999~2000시즌 프랑스 FA컵 결승에 오른 라싱 유니온 칼레(당시 4부)의 도전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인구 10만여 명에 불과한 작은 항구도시를 연고로 한 칼레는 당시 리그 앙(1부) ‘전통의 명문’ 낭트에 1-2로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용직 노동자와 환경미화원, 정비공, 정원사, 변호사, 회계사 등 우리 곁의 흔한 ‘아재’들이 뭉친 동호인 클럽의 당찬 걸음에 프랑스 전역이 들끓었다.

코레일도 칼레와 여러 모로 비슷하다. 직업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나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이들이 대부분이다. 대개 프로에서 성공하지 못한 아픈 기억을 가졌다. 급여도 차이가 크다. 수원은 평균 1억9000만원을 받지만 코레일은 최고 연봉이 6500만원이다.

그럼에도 충성도는 아주 높다. 내셔널리그의 다른 팀들은 최저연봉을 2100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코레일은 3500만원을 준다. 또 2000년대 후반부터 정규직을 선발했다. 김승희 감독을 비롯한 대부분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가 정규직이다.

스포츠동아DB

여기에 코레일은 그들만의 자긍심이 있다.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축구클럽(FC)이라는 사실이다. 해방 전인 1943년 조선철도국축구단으로 창단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 코레일은 새 역사를 쓸 참이다. ‘실업’ 최초의 FA컵 제패. 올해를 끝으로 내셔널리그는 마침표를 찍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내년 시행할 ‘디비전 시스템’의 K3 무대에 내셔널리그 팀들이 합류한다. 역대 실업 최고 성적은 2005년 울산 현대미포조선(해체)의 준우승이다. 코레일은 타이를 이뤘고, 마지막 걸음을 재촉한다.

1차전 직후 김 감독은 “끝까지 기대되는 경기를 펼친 제자들이 고맙다”고 했다. 코레일의 원정 2차전 역시 그래서 더 기대된다. 진짜 드라마는 시작되지 않았다.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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