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에서 헹가래까지…’ 부산 승격에 체면 선 정몽규 회장

입력 2019-12-09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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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남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경남 FC와 부산 아이파크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부산이 경남에 2-0으로 승리하며 K리그1으로 승격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이 정몽규 구단주에게 헹가래를 하고 있다. 창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9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부산 아이파크가 경남FC를 물리치고 1부 리그로 승격한 가운데 눈길을 끈 장면 중 하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헹가래였다. 정 회장은 HDC그룹을 이끄는 기업인이자 부산축구단 구단주다. 승강 PO 2차전(8일 창원축구센터) 현장을 찾은 정 회장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4년 전 이맘때 정 회장의 표정은 침통했다. 2015 승강 PO에서 부산은 수원FC에 1, 2차전(0-1, 0-2) 모두 졌다. 기업 구단 최초의 강등이자 K리그 4차례 우승한 축구 명가의 몰락이었다.

선수들은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정 회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팬들은 부산의 무기력한 플레이에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장엔 물병이 날아들었다. 정 회장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부족했던 관심과 투자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당시만하더라도 구단의 존립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부산은 많은 걸 잃었다.

정 회장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강등에 대한 반성과 승격을 다짐했다. 꾸준한 지원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8일 경남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19’ 경남 FC와 부산 아이파크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부산이 경남에 2-0으로 승리하며 K리그1으로 승격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창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하지만 2부 리그도 만만치 않았다. 과감한 변화를 주면서 절치부심했지만 승격 문턱에서 번번이 눈물을 흘렸다. 2016시즌 5위에 그친데 이어 2017, 2018시즌 연속으로 승강 PO에 올랐지만 각각 상주 상무와 FC서울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2019 승강 PO.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앞으로는 더 힘들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선수 구성은 쟁쟁했다. 또 4년 전 수원FC 지휘봉을 잡고 부산을 2부로 밀어냈던 조덕제 감독을 영입한 것을 비롯해 K리그 사령탑을 지낸 이기형 코치와 노상래 코치가 벤치를 지켰다. 수원 삼성 단장과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지낸 안기헌 대표이사를 선임해 지원도 강화했다.

홈에서 열린 1차전(0-0 무승부)을 건너 뛴 정 회장은 2차전 현장을 찾았다. 부산은 경남을 누르고 기어코 승강 PO 3전4기에 성공했다. 선수들은 정 회장에게 달려가 헹가래치며 고마움을 전했다. 4년간 당한 수모도 한방에 날려버렸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2부 리그에서 승격하는 게 쉽지 않아 회장님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틈틈이 경기장에 오셔서 선수들을 격려했다”면서 “회장님은 내년 시즌을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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