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낙관에 흐르는 골든타임…KBO, 왜 최악을 상정 안 하나

입력 2020-03-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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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정규시즌 개막을 4월 중으로 미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중계권료, 광고비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144경기 체제를 유지하려는 계산속에서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스포츠동아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을 미뤘다. KBO는 가급적이면 4월 안에 리그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KBO의 바람대로만 흘러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하루 앞을 예측하기 힘든 바이러스 시국에서 이러한 낙관은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KBO는 당초 28일로 예정된 개막을 4월 중으로 늦췄다. 류대환 사무총장은 기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4월 안에 리그가 시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막일 2주 전에는 모든 일정을 확실히 발표하겠다는 게 KBO의 입장이다.

KBO가 현재 확실히 일정을 못 박지 못하는 건 팀당 144경기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다. 중계권료부터 광고비 등 얽힌 이해관계가 워낙 많기 때문에 리그 축소를 최후의 카드로 여기고 있다. 4월 초·중순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이라도 잠잠해지면 일단 무관중으로라도 개막을 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이다. A팀 고위 관계자는 19일 “그대로만 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인데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걸 위한 준비가 하나도 안 되고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즉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아 리그 일정이 축소될 경우, 이에 대한 대처를 어찌할 것인지에 대해 어떤 교감이나 공유도 없다는 것이다.

만일 144경기를 126경기로 줄인다면, 전체 일정의 12.5%가 줄어든다. 이 경우 연봉, 프리에이전트(FA) 등록일수, 옵션 등 해결할 일이 산더미다.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약이나 선례도 없다. 이를 대비해 이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를 주체로 인정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했다. 하지만 KBO의 주도로 설립돼 18일 첫 회의에 나선 태스크포스(TF) 팀에 선수는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ML)의 사례와 대비될 수밖에 없다. ML 사무국은 당초 27일에서 4월초, 그리고 5월 중순으로 개막일을 두 차례 늦췄다. 4월 중순을 언급하는 KBO보다 한 달 더 신중한 입장이다. 선수들은 개막이 최소 두 달 이상 남았으니, 지금 당장의 몸만들기보다는 사태 수습에 먼저 신경을 쓸 수 있는 여건이다. 개막일을 하릴없이 기다리며 루틴을 어찌할지도 모르고 있는 KBO리그 선수들과 딴판이다. ML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드래프트 취소를 포함한 다양한 코로나19 대응책을 함께 논의 중이다.

무조건 144경기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한 야구 원로는 “만약 4월 11일에 개막을 하고, 이를 2주 전인 3월 말에 통보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선수들은 부랴부랴 몸을 만들게 된다.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고 혀를 찼다. 이어 “지금은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해둔 뒤, 사태가 좋아져 그걸 안 쓰게 되면 그저 다행인 것이다. 탁상공론에 그칠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팬들을 위하는 방안부터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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