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베테랑의 품격’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추신수(38·텍사스)가 미국 현지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도움의 손길부터 쓴 소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베테랑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 후배들 향한 통 큰 기부…“야구로 받은 것 돌려줄 때”
‘ESPN’, ‘AP통신’ 등 유수의 미 현지 매체는 2일(한국시간) 일제히 추신수의 선행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추신수는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191명 전원에게 각 1000달러(약 124만 원)의 생계 자금을 지원했다. 총액은 19만1000달러(약 2억3700만 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5월까지 마이너리거들에게 매주 400달러(약 50만 원)씩 지급하기로 1일 결정한 바 있다. 추신수가 베푼 금액은 사무국이 주는 2주치 금액보다도 많다. 특히 앨리 화이트에게는 자신이 지급받는 일주일 식대(밀 머니·1100달러)를 매주 보내주기로 했다.
‘눈물 젖은 빵’을 기억하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추신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도 마이너리그에서 7년간 뛰었다. 금전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며 “지금 마이너리거들의 상황이 당시보다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본인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추신수는 “20년 전 미국에 왔을 때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은 야구 덕에 많은 걸 누리고 있으니 돌려줄 때”라고 설명했다. 추신수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대구 시민들을 위해 2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 안일한 美 향한 쓴 소리…“한국을 보라”
따뜻한 최고참은 현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며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잦아드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2일 오후 기준 확진자 20만 명을 넘어섰다. 13일 만에 20배로 급증한 것. 텍사스 지역 유력지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은 2일 “코로나19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텍사스를 향한 추신수의 경고”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추신수는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는 건 사람들이 심각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스프링캠프가 취소되고 보름이 지났지만 추신수가 외출한 건 단 두 차례, 식료품 구매를 위해서였다. 이때 상점은 물론 공원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은 것을 보고 답답함을 표했다. 모국인 한국과 비교도 했다. “한국의 상황이 왜 괜찮은지 아는가”라고 반문한 뒤 “모두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감염이 되면 집에만 머문다. 우리가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자택에서 한 달째 두문불출 중인 부모의 상황도 함께 언급했다.
코로나19로 실수령액이 줄었지만 추신수의 올해 연봉은 2100만 달러(약 261억 원)다. 텍사스 팀 내 최고액 선수이자 최고참이다. 텍사스 선수단은 물론 감독, 프런트까지 추신수를 ‘클럽하우스 리더’로 인정하는 건 단지 나이, 연봉 때문만은 아니다. 위기에서 발휘된 베테랑의 품격이 추신수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