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LG 오지환은 타격 슬럼프의 해법을 찾았을까?

입력 2020-06-0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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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 스포츠동아DB

어지간한 야구팬이라면 2020시즌 초반 LG 트윈스 오지환(30)의 타격 슬럼프를 안다.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는 일찍 엎어서 치기 때문이라고 하고, 누구는 좋은 타구를 만들 스윙 각도를 만들지 못해서라고 한다. 수비만 놓고 보면 KBO리그 최고 수준이지만 기대이하인 그의 타격 성적에 대해 야구전문가들은 저마다 다른 해법을 내놓는다.

오지환은 지난달 24일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명 ‘특타’도 소화했다. 이병규 타격코치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시도를 했다. 왼손의 힘을 빼기 위해 레전드 타자 양준혁처럼 공을 때리는 순간 배트를 쥔 왼손을 놓는 방법까지 써봤다. 한동안 ‘멘도사 라인’을 지키다 한화 이글스와 원정경기에서 3안타(2홈런)를 뽑아 시즌 처음 2할 타자가 됐다. 1일 현재 타율은 0.227(49위)다. 지난주 6경기에서 8안타를 친 덕분이다.

보통 감독들은 소속팀 선수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류중일 감독은 이례적으로 에둘러 거론한 적이 있다. “우투좌타로 전환한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후회한다는 얘기가 많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문제점을 설명했다. 선수의 자존심을 고려해 직접 지적하기보다는 언론을 통해 선수의 귀에 들어가도록 하는 우회적 방법을 동원했다.

수많은 해설가들도, 누구보다 속이 탈 타격코치도 조언을 건네고 해법을 찾지만 알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이 타격이다. 타자들은 0.5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마치 좁은 터널을 통과해 눈앞으로 확 날아오는 빠른 공을 치는 기술을 수십만 번의 스윙을 통해 몸에 기억시킨다. 완성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30%의 낮은 성공 확률에도 불구하고 칭찬을 받는 플레이가 타격이다.

오지환은 그동안 익혀왔던 기술로 성공했기에 하루아침에 새 기술을 습득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해왔던 방법들 중 어떤 부분에서 색다른 시도를 통해 성공했을 때이거나, 아니면 전혀 엉뚱한 곳에서 우연히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다.

5월의 마지막 날 오지환은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중요한 안타 2개를 쳤다. 이를 계기로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뭔가 달라진 것이 보였다. 그동안은 자신의 타격 폼에서 원인과 해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동료 로베르토 라모스의 조언으로 생각을 바꿨다. 라모스는 “굳이 당겨서 치려고 하지 말고 왼쪽이나 중앙으로 타구를 보내라”고 했다. 문제 있는 타격자세가 아니라 그 자세에서 나오는 결과를 바꿔 해법을 찾으라는 접근법처럼 들린다.

과거 메이저리그의 어느 유명한 타자는 야구를 전혀 모르는 아내의 조언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남편의 경기를 지켜보던 아내는 고민하던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는 내 자리에서 당신의 등번호가 보였는데 요즘에는 스윙 때 등번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타격은 이처럼 전혀 뜻밖의 곳에서 해법이 나오기도 한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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