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지양한 사령탑…오승환, 덜 빠른 돌로도 제압이 시작됐다

입력 2020-07-19 16: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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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 스포츠동아DB

14경기 만에 맛본 KBO리그 통산 14번째 패전. 하지만 그 사이에는 2483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돌부처’ 오승환(38·삼성 라이온즈)을 향한 우려가 가득했지만, 허삼영 감독(48)은 굳건히, 그리고 단호히 신뢰를 보냈다. 그 결과 돌부처가 살아나고 있다.

오승환은 17, 18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 이틀 연속 등판했다. 매 경기 안타 하나씩을 내주긴 했지만 각 1이닝 무실점으로 뒷문지기 역할을 다했다. 최고 구속도 149㎞까지 찍혔다. 150㎞대 중반을 가뿐하게 찍던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과 차이는 있지만, 덜 빠른 공을 던지는 대신 변화구를 섞으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있다.

블론세이브 후유증은 없었다. 오승환은 15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서 2-1로 앞선 8회초 2사 만루에 등판해 1.1이닝 4안타 1홈런 4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첫 패전과 피홈런, 두 번째 블론세이브가 동시에 나왔다. 피홈런과 패전은 해외로 떠나기 전인 2013년 9월 27일 대구 롯데전 이후 2483일만이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보직을 바꾸면 팀을 더 흔드는 꼴”이라며 오승환을 감싸 안았다.

이런 철학은 그대로다. 19일 허 감독은 “갑자기 구속이 오를 수는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본인이 던질 수 있는 속도 안에서 템포나 구종 등을 조절해야 하는데, 오승환도 이를 알고 준비를 잘 하고 있다”며 여전한 믿음을 보냈다. 이어 “내가 냄비근성으로 뭔가를 해선 안 된다. 오승환은 우리 팀 주축 선수다. 믿고 갈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허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삼성 지휘봉을 잡았다. 통산기록이 4경기 등판에 불과한 데다 지도자 경력이 일천해 우려가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뚝심과 믿음으로 선수단의 신뢰를 얻고 있다. 초보 사령탑에게 통과의례처럼 따르던 일희일비는 없다. 허 감독의 철학이 돌부처를 조금씩 제 궤도로 올려놓고 있다.

대구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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