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A조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경기가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뤄지고 있다. 양팀 선수들이 경기 전 악수 대신 목례를 하고 있다. 제천|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20 제천·MG새마을금고 KOVO컵’에서 각 팀은 승패보다는 비시즌 동안 준비해온 것들을 실전으로 확인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22일 개막 이후 펼쳐진 남자부 조별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준 팀은 지난 순천대회 우승팀 대한항공이다. 새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보여줄 배구가 베일을 벗었다. 그동안 훈련과정에선 선수들이 “실전 위주의 훈련이고, 블로킹에 많이 신경을 쓴다”고 했지만, 경기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 궁금해 했다.
대한항공의 새로운 배구는 어떤 상황에서든 3명의 블로커를 만드는 형태였다. 종전까지는 2인 블로커 체제를 고수했지만, 전위의 모두가 블로킹에 참가하는 배구로 변화를 줬다. 김규민과 진상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궁여지책의 성격도 있지만, 분석과 센터 중심의 배구를 지향하는 산틸리 감독의 배구에선 중앙과 블로킹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세터의 이동범위가 넓어져 베테랑 한선수의 체력소모는 예상된다. 산틸리 감독은 특히 상대의 연타 공격에 실점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선수들은 귀띔했다. 대한항공은 22일 KB손해보험과 대회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길 때 11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OK저축은행도 블로킹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게 확인됐다. 자유계약선수(FA) 영입생 진상헌 효과였다. 그가 후배들에게 많은 노하우를 알려준 덕분인 듯 박원빈 등 주전 센터들의 블로킹 능력이 향상됐다. 우승 후보 23일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무려 15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세터 이민규와 센터들이 결정적 순간에 역어내는 B퀵도 인상적이었다. 언제든지 사이드 아웃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비장의 무기를 하나 갖춰 이제 벤치는 마음이 편해졌다.
24일 제천체육관에서 대회 3일째 A조 2차전을 치른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도 확인할 것들이 많았다. 삼성화재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인 외국인선수 바르텍의 능력 평가가 중요했다. 팀 훈련 참가 4주째인 바르텍은 60%의 몸 상태였지만, 고희진 감독은 V리그에서 외국인선수가 감당해야 할 공격전담 하중을 실감해보라고 했다. 그는 22일 현대캐피탈전에서 58%의 점유율로 32득점을 했다. 하루를 쉬고 KB손해보험전에서도 양 팀 합쳐 최다인 18득점을 기록했다. 상대 블로킹 위에서 때리는 타점과 파워를 보여줬다. V리그 외국인선수 성공의 조건은 타점과 파워다. 관건은 좋지 않은 공이 올라왔을 때의 처리능력이다.
주전 리베로 정민수가 군에 입대한 KB손해보험은 베테랑 곽동혁과 김진수로 공백을 메우려고 했다. 2년차 김동민이 내부 주전경쟁에서 홍상혁을 앞서 레프트 한 자리를 꿰찬 것이 눈에 띄었다. 둘의 위치를 바꾼 것은 리시브 능력이었다.
한편 새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간 대결에서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이 먼저 V리그 공식경기 첫 승을 신고했다. 세트스코어 3-1(25-22 21-25 25-23 25-19)로 이겼다. 지난 시즌 신인왕 정성규가 17득점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바꿨다. 삼성화재는 서브에서 8-3으로 KB손해보험을 압도했다.
제천|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