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이렇게 하지…’ 삼성 라이블리, 해답은 左右 아닌 上下였다!

입력 2020-09-15 15: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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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벤 라이블리.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투수 벤 라이블리(28)는 8월까지 팀 선발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경기당 소화이닝은 4.1이닝에 불과한데, 평균 투구수가 86개에 이를 정도로 비효율적 투구가 이어졌다. 게다가 본인이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팀 성적도 3승9패에 그쳤다. 구단이 2014시즌의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 호크스) 이후 처음으로 재계약한 외국인투수에게 걸었던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런 라이블리가 9월 들어 확 달라졌다. 2경기에서 2전승, 평균자책점(ERA) 0.60(15이닝 1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세부 기록도 훌륭하다. 5안타 1홈런(피안타율 0.102), 14삼진, 2볼넷으로 ‘특급투수’다. 그러나 삼성이 한창 순위경쟁을 하던 시기에 전혀 힘을 보태지 못한 탓에 지난해 9월 성적(5경기 3승1패, ERA 2.65)을 예로 들며 ‘재계약을 위한 몸부림’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라이블리의 변신을 두고 “기술적 변화는 없다. (라이블리의) 마음가짐 변화”라면서도 투구 코스에 주목했다.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코너워크를 지나치게 의식한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높낮이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실제로 라이블리는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에 두고 던지는 스타일이다. 그가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높은 코스에 던지면, 타자들은 스피드건에 찍힌 구속 이상의 위력을 느낀다. 커브 등 변화구의 위력도 배가됐다.

허 감독은 “양쪽 코너를 깊게 보기보다 상하에 포인트를 두고 경기를 운영한다”며 “카운트를 잡는 변화구들이 스트라이크존에 많이 들어가니 타자들의 배트를 끌어내기도 수월해졌다.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경기를 끌고 가며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본궤도에 오른 시기가 다소 늦은 감은 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살아났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 요소다. 5이닝이 마지노선이었던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가장 반갑다. 지친 불펜에 휴식을 주고, 야수들의 수비 리듬까지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즌 초반 강점으로 꼽혔던 불펜이 다시 힘을 얻는다면 막판 스퍼트도 꿈은 아니다. 라이블리의 향후 행보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자해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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