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생애 한 번뿐인 허니문 대신한 1톤 기부, KT 전유수의 선한 영향력

입력 2020-09-18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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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힘들다’는 말은 더 이상 빈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끝날 줄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모두가 지쳐있다. 활짝 열었던 주머니도 굳게 닫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런 가운데 생애 한 번뿐인 중대사를 포기하고 어려운 곳에 마음을 보낸 이가 있다. 전유수(34·KT 위즈)는 야구장 밖에선 기부천사, 마운드 위에선 상대팀에 악마나 다름없다.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전유수는 어느 때보다 의지가 충만해보였다. 지난해 62경기에서 66.1이닝을 소화하며 3승1패1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ERA) 3.39를 기록하며 불펜의 축으로 활약한 덕분에 2020시즌 KT 불펜의 핵으로 꼽혔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즌을 마친 뒤 결혼할 계획이었기에 어느 때보다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전유수는 8월말, 신혼여행 비용을 대신해 유기견 보호센터에 사료 1톤을 기부했다. 이미 유기견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아내와 뜻도 맞았다. 생애 한 번뿐인 허니문을 포기하며 넉넉한 마음을 전한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 KT 팬들과 함께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에 나서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KT 구단 관계자들은 “(전)유수는 선수로서는 물론 인격적으로도 귀감이 되는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봉사도 자주 다녔지만 지금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마음을 전하기 어렵다. 최저연봉 수준일 땐 이런 활동이 쉽지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겼을 때부터는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기에 할 수 있던 일이다.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오히려 미안할 뿐이다.”



마운드 위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전유수는 8월 이후 12경기에서 12이닝을 소화하며 2승1패1세이브1홀드, ERA 1.50으로 KT의 뒷문을 지키고 있다. 승, 세이브, 홀드 모두 기록하며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공을 던지고 있다. 시즌 초반 고전은 지워진지 오래다. 그는 “2군에 다녀온 뒤 박승민 투수코치님이 팔 스로잉을 잡아줬다. 공이 빠지는 느낌이었는데, 박 코치님의 조언으로 밸런스를 잡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불펜의 고참으로서 첫 포스트시즌에 대한 각오도 전했다. “시즌 초 부진한 탓에 몇몇 후배들에게 부담이 많이 간 것 같아 미안했다. 이제 내가 가득 찬 연료를 소진할 차례다. 지금의 KT 선수들과 가을야구를 즐긴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전유수는 내년 3월 아빠가 된다. “세상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고 매사 행복하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단지 말에 그치지 않는다. 전유수가 그라운드 밖에서 행한 선행은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었고, 또 마운드 위에선 KT 팬들의 행복을 지켜내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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