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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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식 신인왕 투표가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11월 30일 ‘2020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언론사 취재기자 112명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와 소형준이 각각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의 기쁨을 누렸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투표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면 무기명 투표의 민낯이 드러난다.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투표인단마다 다르기에 그 선택이 틀렸다고 단정할 순 없다. 전통적 성적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수비공헌도 등을 먼저 고려할 수도 있었기에 그 뜻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신인왕 투표 결과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소형준은 112명의 투표인단으로부터 1위표 98장, 2위표 7장을 받아 총점 511점의 압도적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7명의 투표인단에게선 3위표조차 받지 못했다. 순수 고졸신인이 입단 첫해 국내투수 최다 13승에 3점대 평균자책점(ERA)을 올렸음에도 단 한 표도 받지 못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신인왕 투표에서 득표한 선수는 총 30명인데, 이 중 1위표를 받은 선수는 소형준을 비롯해 9명이다. 각자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준이 다를 순 있지만, 1군에서 꾸준히 기량을 보여준 선수들이 정당하게 표를 얻었는지 의문스럽다. 1위표를 획득한 선수 중 김은성(키움 히어로즈)은 올 시즌 1군 16경기에서 고작 6타석이 전부다. 최정원(NC 다이노스)은 49경기에서 40타수 11안타(타율 0.275) 2타점, 권민석(두산 베어스)은 55경기에서 50타수 13안타(타율 0.260) 7타점을 기록했다. 100타석도 소화하지 못한 선수들이 1위표를 받았는데, 이는 해당 선수들 입장에서도 민망한 결과다.


신인왕 후보 선정에 일정한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근거다. 신인급 선수가 풀타임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은 만큼 규정타석, 규정이닝 등까지는 아니어도 경기수, 투구이닝과 같은 최소한의 여과장치는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도 마구잡이식 투표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지만, 투표인단과 득표한 선수 모두 낯 뜨거운 상황을 최소화할 순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투표인단부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