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신인 입단 2년차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돈다는 자체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31경기(20선발)에서 7승6패, 평균자책점(ERA) 5.18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그만큼 기대치가 크기 때문이다. 서준원(20·롯데 자이언츠)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동기부여가 가득한 올 겨울, 서준원은 한걸음 더 도약하는 자신을 그리고 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서준원은 데뷔 첫해인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3경기(16선발)에서 4승11패, ERA 5.47을 기록했다. 올해는 개막 로테이션 합류에 성공했고 시즌 막판 불펜으로 전환했지만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7일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서준원은 “성과와 한계 모두를 확인한 시즌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서준원이 꼽은 반등 조건은 좌타자 극복이다. 올 시즌 우타자 상대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656으로 준수했지만, 좌타자 앞에선 0.936으로 기록이 나빠졌다. 상대타석은 비슷했지만 허용한 장타 34개 중 23개(67.6%)가 좌타자에 집중됐다. 좌타자가 많은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상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150㎞에 달하는 속구파 사이드암의 위력은 확인했지만 뚜렷한 숙제도 있던 셈. 서준원은 “구속이 건재한 건 다행이지만 내 투구가 단조롭다는 점을 깨달았다. 사실 우타자 바깥쪽과 좌타자 몸쪽이 같은 코스다. 하지만 좌타자 상대로 유독 어려웠으니, 좌타자들이 바깥쪽만 노리고 들어왔다. 체인지업과 적극적 몸쪽 승부를 보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준원은 올 시즌 도중 존경하는 선배이자 형인 손아섭(32·롯데)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손아섭은 “2018년 청소년대표팀 시절 네 투구를 보고 무조건 13~15승은 하겠다고 느꼈다. 아직 그 공이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았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기대. 지금의 서준원은 그 기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서준원은 “(손)아섭 선배를 비롯해 팬들이 많은 기대를 해주셨는데 내가 부족했다”며 “입단 당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겠다”고 강조했다.
1차 목표는 체중감량이다. 올 시즌 유독 체중이 불었고, 선배들과 팬들 모두 이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무릎에 당장 이상은 없지만 미래를 보고 독한 체중감량 중이다. 이미 어느 정도 살이 빠졌지만, 올 시즌 대비 10~15㎏ 정도는 덜어내는 것이 목표다.
올 겨울 또 하나의 확실한 동기부여는 ‘가장의 책임감’이다. 서준원은 2년간 교제한 6살 연상의 여자친구와 결혼한다. 만 20세임을 감안하면 분명히 이른 선택이다. ‘속도위반’ 소문이 났지만 서준원은 “그 얘길 들었지만 절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예비신부는 부산시체육회 소속 트레이너다. 센터에서 운동하던 중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다. 내가 먼저 결혼하자고 졸랐는데, 오히려 예비신부가 신중하게 ‘넌 아직 어리다. 좀 더 놀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거절했다. 하지만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연애를 할수록 ‘정신 차리고 야구에만 올인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들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잔부상이 없던 것도 예비신부의 도움이 컸다. 앞으로 힘든 일이 정말 많겠지만 서로 의지해 우리 둘이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
한창 놀기 좋아할 만 20세. 서준원은 한 사람의 남편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인간 서준원도, 야구선수 서준원도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서준원은 “팬들이 2년간 많이 실망하셨다는 걸 알고 있다. 비판을 보내시는 것도 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반성하면서도 “몸도 잘 만들고 있고, 동기부여도 가득하다. 2021년 이후에는 지금까지 안겨드린 실망이 몇 배 이상의 기쁨과 응원으로 바뀔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손아섭의 기대=롯데 팬의 기대, 부응 다짐
2019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서준원은 데뷔 첫해인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3경기(16선발)에서 4승11패, ERA 5.47을 기록했다. 올해는 개막 로테이션 합류에 성공했고 시즌 막판 불펜으로 전환했지만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7일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서준원은 “성과와 한계 모두를 확인한 시즌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서준원이 꼽은 반등 조건은 좌타자 극복이다. 올 시즌 우타자 상대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656으로 준수했지만, 좌타자 앞에선 0.936으로 기록이 나빠졌다. 상대타석은 비슷했지만 허용한 장타 34개 중 23개(67.6%)가 좌타자에 집중됐다. 좌타자가 많은 두산 베어스, KIA 타이거즈 상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150㎞에 달하는 속구파 사이드암의 위력은 확인했지만 뚜렷한 숙제도 있던 셈. 서준원은 “구속이 건재한 건 다행이지만 내 투구가 단조롭다는 점을 깨달았다. 사실 우타자 바깥쪽과 좌타자 몸쪽이 같은 코스다. 하지만 좌타자 상대로 유독 어려웠으니, 좌타자들이 바깥쪽만 노리고 들어왔다. 체인지업과 적극적 몸쪽 승부를 보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준원은 올 시즌 도중 존경하는 선배이자 형인 손아섭(32·롯데)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손아섭은 “2018년 청소년대표팀 시절 네 투구를 보고 무조건 13~15승은 하겠다고 느꼈다. 아직 그 공이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았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기대. 지금의 서준원은 그 기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서준원은 “(손)아섭 선배를 비롯해 팬들이 많은 기대를 해주셨는데 내가 부족했다”며 “입단 당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겠다”고 강조했다.
1차 목표는 체중감량이다. 올 시즌 유독 체중이 불었고, 선배들과 팬들 모두 이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무릎에 당장 이상은 없지만 미래를 보고 독한 체중감량 중이다. 이미 어느 정도 살이 빠졌지만, 올 시즌 대비 10~15㎏ 정도는 덜어내는 것이 목표다.
피앙세, 선수로 인간으로 성숙해진 원동력
올 겨울 또 하나의 확실한 동기부여는 ‘가장의 책임감’이다. 서준원은 2년간 교제한 6살 연상의 여자친구와 결혼한다. 만 20세임을 감안하면 분명히 이른 선택이다. ‘속도위반’ 소문이 났지만 서준원은 “그 얘길 들었지만 절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예비신부는 부산시체육회 소속 트레이너다. 센터에서 운동하던 중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다. 내가 먼저 결혼하자고 졸랐는데, 오히려 예비신부가 신중하게 ‘넌 아직 어리다. 좀 더 놀아도 되지 않을까’라고 거절했다. 하지만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연애를 할수록 ‘정신 차리고 야구에만 올인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들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잔부상이 없던 것도 예비신부의 도움이 컸다. 앞으로 힘든 일이 정말 많겠지만 서로 의지해 우리 둘이 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
한창 놀기 좋아할 만 20세. 서준원은 한 사람의 남편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인간 서준원도, 야구선수 서준원도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서준원은 “팬들이 2년간 많이 실망하셨다는 걸 알고 있다. 비판을 보내시는 것도 다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반성하면서도 “몸도 잘 만들고 있고, 동기부여도 가득하다. 2021년 이후에는 지금까지 안겨드린 실망이 몇 배 이상의 기쁨과 응원으로 바뀔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