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 외국인선수 제러드 설린저(29·204㎝)는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막판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에서 3시즌 연속(2013~2014시즌부터 2015~2016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KBL 등장 이후 치른 8경기에선 평균 26.9점·11.1리바운드·2.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차원이 다른’ 플레이로 농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상대 선수들에게 한 수 가르친다고 해서 ‘설교수’란 별명도 붙었다.
KGC 김승기 감독(50)에게 설린저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됐지만,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다. 1승이 귀한 시즌 막판 플레이오프(PO)에 대비한 카드로 부상 때문에 2시즌을 쉰 선수를 뽑는 사령탑은 없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2주간의 격리도 무시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 시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타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곧바로 뛸 만한 몸 상태’를 원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오로지 설린저의 기량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는 “에이전트로부터 설린저를 추천받고 영상을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가 딱 원하는 스타일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2시즌 동안 경력이 없다는 사실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김 감독만의 뚜렷한 생각이 있었다.
“에이전트는 설린저가 몸 관리를 잘해왔다고 했지만, 눈으로 봐야 알지 않겠나. 평소 체중이 130㎏ 정도였다는데, 2년을 쉬었으니 150㎏은 되어있겠다 싶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몸을 좀 만들어 체력, 경기감각을 찾게 하면 PO에서 20분 정도는 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년을 안 쉬었으면 KBL 올 일도 없는 선수다. 실력은 다른 팀 선수들과 비교가 안 될 클래스니까 20분만 뛰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에 영입을 결정했다. 그런데 정말 체중관리를 잘해서 왔더라. 첫 훈련부터 ‘이거 대박이다’ 싶었다.”
매 경기 이어지는 설린저의 맹활약에 김 감독의 입에선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그는 “설런저가 잘하기도 하지만, 국내선수들이 같이 살아나서 더 기분 좋다. 특히 (오)세근이가 너무 좋아졌다. PO에서 기대를 하고 있다”며 웃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