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엔트리 탈락자와 30분 면담…LG 신임감독 철학, 흔들지 않는 메시지

입력 2021-04-04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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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지현 감독. 스포츠동아DB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했고 훌륭한 잠재력을 확인했다. 하지만 본 게임에 들어갈 수 있는 엔트리는 한정돼있다. 결국 누군가는 개막 엔트리의 영예를 누리지 못하고 퓨처스(2군) 팀에서 더 담금질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개막 엔트리 선수들만으로 144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류지현 LG 트윈스 감독(50)이 잠시간 떠날 이들과 30분의 면담을 진행한 이유다.


LG는 3일 창원 NC 다이노스와 개막전을 앞두고 하루 전인 2일 격전지로 출발했다. 같은 날 발표된 개막 엔트리에 LG는 투수 13명, 야수 15명을 포함시켰다.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선수 중 명단에 들지 못한 8명은 이천으로 향했다. 신인 이영빈을 비롯해 문보경, 김주성, 한석현 등 잠재력을 보여준 선수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은 3일 창원 NC전이 우천취소되기 전 취재진과 만나 “8명 모두와 개인 면담을 했다.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고 밝혔다. 개막 준비로 크고 작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경기 구상만큼이나 중요한 게 선수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란 철학이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준비할 선수들도 있고, 육성선수 신분이라 5월 이후 등록되는 선수들도 있다. 그들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후자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경우 4월 한 달이 찬스다. 의욕적으로 한 달을 준비해달라고 감독 입장에서 정확한 메시지를 줬다.”

스포츠동아DB


3일 경기에 준비한 라인업도 같은 의미다. LG의 개막 라인업 최대 관심사는 외야진의 ‘빅5’였다. 김현수, 이형종, 채은성, 홍창기, 이천웅 등 주전으로 나서도 손색없는 5명의 공존이 관건이었다. 지명타자 슬롯을 활용해도 한 명이 빠진다. 때문에 외야진 트레이드 얘기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류 감독은 이들의 공존을 강조해왔다. 3일 경기에선 김현수~홍창기~이형종 외야진에 채은성을 지명타자로 출전시켰다.

류 감독은 “지나치게 판을 흔드는 것도 좋지 않다. 분명한 기존 틀 안에서 상대 투수나 우리 야수진의 컨디션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임 류중일 감독님께서 기존 1.5군 선수를 확실한 1군 주전으로 만들어주셨다. 강팀이 됐고 뎁스가 강해졌다. 그게 지금 팀 컬러인데 다시 흔들어 혼란을 주고 싶지 않다”고 되새겼다.


엔트리, 라인업은 한정돼있다. ‘나쁜 선수’가 아닌, 지금 시점에 ‘조금 덜 필요한’ 선수들은 한정된 명단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뒤를 받치는 이들의 활약 없이 완성되는 팀은 없다. 류지현 감독이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신경을 쓰는 이유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확고한 메시지 전달. 그렇게 류 감독은 LG를 한 데 묶고 있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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