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고영표. 스포츠동아DB
경기 후 고영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군 입대 전 선발등판 경험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또 달랐다. 등판 전날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 1회를 병살타로 마무한 뒤 긴장이 풀렸지만 제구는 다소 흔들렸다. 삼진을 5개 빼앗았지만, 4사구도 5개나 허용했다. 오랜만에 선발등판한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스타트로 볼 수 있다.
고영표는 “오랜만에 던졌다는 점에선 만족스러운 결과지만, 4사구가 많았고 마운드에서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있었다. 꾸준하게 경기를 치르며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복귀 첫 등판에 70점을 줬다. 투구 내용에 만족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이닝을 길게 보진 않았다. 매 이닝 실점을 최소화하려 했는데 6이닝까지 갔다. 1실점은 만족스러운 결과지만 볼넷과 사구를 허용한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점 요인이다. 그래서 70점 정도다”고 설명했다.
과제도 확인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열심히 준비한 커브는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주무기 체인지업의 각도는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헛스윙 또는 파울이 돼야 할 공들이 정타로 맞아나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고영표는 “커브와 체인지업은 손목을 활용하는 방식이 다른 구종이다. 그래서인지 체인지업이 아쉬웠다. 더 던져보면서 감각을 찾아야 한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LG 타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고영표의 합류로 KT는 5명 전원이 시즌 두 자릿수 승리가 가능한 선발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고영표가 있기에 가능한 얘기다. 그는 “내가 주목받는 건 다른 4명의 투수들이 워낙 좋아서다. 그들에게 감사한다. 위기의식이 느껴질 정도로 팀 투수진이 좋다. 잘해야 한다”며 분발을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