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커브’에 대한 박병호의 고백 “나에게도 이런 시간이 왔나”

입력 2021-05-24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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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는 자신이 느꼈던 지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팀의 핵심선수로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국민거포’라는 타이틀을 단 그에게도 타석에 설 때 두려움이 다가왔다. 스스로 ‘에이징 커브(Aging Curve)’를 의심하기도 했다.

올해로 만 35세인 박병호는 어느덧 베테랑 타자로 불린다. 파워에서 여전히 독보적 능력을 뽐내지만, 2~3년 전의 기록과 비교하면 세부 수치는 분명 떨어졌다. 리그를 폭격했던 최고 수준 타자의 황혼기. 격세지감은 스스로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그의 하락세는 두드러졌다. 당시까지 19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고작 타율 0.200, 4홈런, 11타점이었다. 설상가상 팀도 7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최악의 시즌 출발을 보였다.

박병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타석에서 조금 소심했다. 배트를 휘두르는 것에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 타격코치님과 계속 얘기를 나눴다. 삼진을 당해도 당당하게 타석에 서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삼진을 당한 뒤 유독 침울해 보였던 모습에 대해선 “심리적인 요인이다.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다가도 공이 배트에 맞질 않았고, 팀도 연패에 빠졌다. 중요한 찬스에서 계속 실패하다 보니 위축됐던 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박병호는 침울한 터널 속에 갇혀있지만은 않았다. 반등을 위해 2군에서 타격폼 수정에 들어갔고, 컨디션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달 11일 1군에 복귀한 박병호는 팀이 최근 7연승을 거두는 동안 타율 0.310, 1홈런, 10타점으로 활약했다.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 타점을 올리며 4번타자로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한 주 동안 경기를 잘 했다. 중요한 순간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나를 4번으로 쓰시는 것은 기를 살려주겠다는 의도 같다. 아직 4번을 칠 성적은 아니다. 책임감도 가지라는 의미에서 그런 결정을 하신 듯하다”고 겸손히 말했다.

그야말로 희비가 교차하는 때인지 모른다. 박병호는 맹활약을 하고 난 뒤 부진했던 4월을 다시금 떠올렸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에이징 커브’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정말 ‘진짜 나한테도 이런 시기가 왔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홈런이 감소된다고 해서 더 이상 타자를 안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냥 상황에 맞게 하려고 한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렇진 않다”고 얘기했다.

수없이 많은 KBO리그 타격 기록의 주인공인 박병호. 이제 그가 바라는 것은 더 이상 개인 수준의 부활이 아니다. 베테랑으로서 팀에 좋은 성적만 안길 수 있다면, 어떠한 개인 기록도 내려놓을 수 있는 ‘중심타자’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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