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선수단. 스포츠동아DB
KT는 지난해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무리했지만, 올 시즌 전반기 목표를 아주 높게 설정하진 않았다. 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상위권을 유지하는 게 목표였다. 이강철 감독은 5할 승률을 유지하면서 후반기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구단은 첫 우승을 의미하는 ‘V1’을 올 시즌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지만, 늘 그렇듯 필승의지를 되새기는 표현에 가까웠다. 사실 내부적으로는 내실을 다지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 전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1군 경쟁력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탄탄한 팀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이런 구상과 의지가 효과를 보면서 개막 이후 주축선수들이 번갈아 부상을 당하는 와중에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4월과 5월 한 차례씩 기록한 4연패가 올 시즌 최다연패였을 정도로 꾸준히 승수를 챙겼다. 탄탄한 선발진뿐 아니라 자원이 풍부해진 불펜도 불안감을 최소화하며 전반기에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결과에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도 적지 않게 놀라고 있다.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40)은 “팀이 정말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큰 점수차로 앞서다가 역전패를 당하면 후유증이 있기 마련인데 선수들이 잘 이겨내고 있다.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강팀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야수 박경수(37)도 “주전들이 많이 빠지면 팀 입장에선 큰 손해인데 그걸 잘 이겨내고 있다. 2군에서 온 선수들이 모두 자기 역할을 해냈다. 그 덕분에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그래서 강해진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KT는 후반기를 더 기대케 하는 팀이다. 부상에서 돌아와 1군 1경기를 소화한 우완 이대은(32), 군에서 제대해 본격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드암 엄상백(25), 새 외국인타자 제러드 호잉(32)이 본격적으로 전력에 가세하면 팀은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다. KT가 후반기에도 선두를 지키며 구단의 역사를 바꿔나갈지 궁금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