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8개로 하늘 가려지나…무너진 신뢰, 이제 누가 한국야구 믿을까

입력 2021-07-18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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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선수 4명이 손바닥 8개로 하늘을 가리려던 코미디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 선수 4명의 참담한 현실인식 수준. 1년 반 동안 공들인 신뢰의 탑은 마지막 남은 한 층마저 ‘6분’의 거짓말 때문에 무너졌다. 누가 한국야구를 믿을까.

NC 다이노스의 원정숙소 방역지침 위반에서 비롯돼 KBO리그 전체를 휘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리그 구성원은 물론 전 국민적 분노로 이어진 현 시국에서 가장 둔감한 것은 KBO리그 선수들이었다는 게 다시 확인됐다.

키움과 한화는 16일 “원정숙소 무단이탈 후 음주한 선수 2명을 자체 징계한다”고 밝혔다. NC 선수들이 묵었던 곳과 같은 호텔, 만난 이들까지 동일한 사건이다. 구단은 “방역수칙 위반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선수들의 진술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불과 하루 만에 거짓임이 드러났다. 방역당국이 CCTV 등을 통해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키움과 한화 선수들이 약 6분간 한 객실에서 머무른 게 확인됐다. 사실 확인까지 만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숙소에서 지인을 불러 술판을 벌였다는 자체로 리그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혔다. NC 선수단이 역학조사 불성실을 이유로 경찰 수사 대상에까지 오른 와중에도 한화와 키움 선수들은 거짓을 말했다. NC 선수단은 “항간에 떠도는 부도덕한 상황이 없었다. 넷 모두의 선수생활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항변했지만,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권한은 오로지 당사자들에게만 있다.

구단에는 수사권이 없다. 호텔 객실 내 CCTV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조사의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방역지침을 어기고 만난 그날, 그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진술에 의존했다. 하루 만에 들통이 날 거짓말로 스스로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18일 연락이 닿은 야구계 원로 역시 “왜 이렇게 철이 없는지 모르겠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걱정하는 건 야구계 밖에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적어도, NC의 방역수칙 위반이 리그에 어떤 충격을 안겼는지를 알았다면 최소한 거짓말은 해선 안 됐다. 굳이 그들의 거짓말이 아니었더라도 리그는 이미 치명상을 입은 터였다.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기회까지 사라지는 분위기. 이제 양치기 소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도 탓할 자격은 없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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