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쌓는 곳 아냐” 독기 품은 야구천재, 그리고 아버지의 명장면

입력 2021-07-22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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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스포츠동아DB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죠.”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의 간판타자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4번째 태극마크를 달며 유독 더 강하게 독기를 품었다. 그는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는 말을 곱씹으며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이정후는 22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이전에도 같이 해왔던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과 선수들을 만나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다. 내가 할 것에 집중하며 컨디션 관리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대표팀에서도 그랬듯 이번에도 수비 포지션 및 타순에 욕심이 없다. 이정후는 “나 한명의 포지션, 타순 등은 여기 대표팀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나라를 대표해 경기에만 나설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다”고 말했다.

그에게 태극마크는 유년 시절부터 남다른 동기부여의 원천이었다. 13년 전 베이징에서 날아든 올림픽 금메달 소식은 프로선수의 꿈을 키우던 그에게 일찌감치 ‘국가대표’라는 목표의식을 심어줬다.

‘영원한 롤모델’인 아버지 이종범(현 LG 트윈스 퓨처스팀 코치)의 국가대표 맹활약도 그에게 야구선수로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줬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 명장면을 유독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당시 이종범은 일본과 8강전 8회 2타점짜리 결승타를 날리며 승리를 안긴 바 있다. 이정후는 “클러치 상황에서 타점을 올리는 건 모든 야구선수가 꿈꾸는 최고의 명장면 아닌가. 그런 중요한 상황에서 타점을 한 번 올려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느덧 대표팀에서 ‘형’ 소리를 꽤 듣게 된 그는 동생들 챙기기에도 여념이 없었다. 이번 대표팀에는 강백호(22·KT 위즈), 이의리(19·KIA 타이거즈), 김진욱(19·롯데 자이언츠) 등 그보다 어린 선수들이 상당하다. 이정후는 “동생들도, 나도 똑같은 대표선수다. 워낙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는 동생들이기에 따로 조언을 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 “같이 나눈 얘기는 있다. 대표팀은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라는 거다. ‘사명감을 가지고 하자’는 얘기를 하긴 했다”고 덧붙였다.

넉넉하지 않은 외야 자원에는 큰 걱정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정후는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이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중견수다. 중심을 잘 잡아주실 테니, 나는 나한테 오는 공만 잡으면 된다. 또 이번에 뛰는 야구장은 외야가 그리 넓지 않다고 들었다. 수비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항상 함께 활약했던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부재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정후는 “항상 대표팀에 오면 (김)하성이 형 덕분에 적응을 잘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이 뛰지 못해 아쉽다. 형 몫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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