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이전까지 장준의 기세는 대단했다. 2018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부터 2019년 3차례 그랑프리 시리즈까지 4개 대회를 잇달아 석권했고,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섰다. 김태훈이 2016년 1월부터 지켜왔던 부동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주특기인 돌려차기 기술을 앞세워 초반부터 포인트를 적립하는 경기운영을 통해 태권도가 지루하다는 대중의 인식도 서서히 바꿔나갔다.
문제는 역시 코로나19였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데다, 국제대회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면서 실전감각이 무뎌졌다. 자연스럽게 기량이 상향평준화한 외국선수들을 상대할 맞춤전략도 부족했다. 24일 지바현 마쿠하리멧세홀A에서 벌어진 태권도 남자 58㎏급 준결승에서 세계랭킹 23위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에게 19-25로 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장준도 경기 후 “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해 실전감각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곧바로 큰 대회를 뛰다 보니 내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첫 국제종합대회에서 맛본 패배의 아픔은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그러나 장준은 의연했다. 곧바로 마음을 다잡고 동메달 결정전을 준비했고,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온 오마르 살림(헝가리)을 46-16으로 대파하며 시상대에 섰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이 클 테지만, 첫 국제종합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른 것만으로 의미는 크다. 이번 대회 우리 태권도대표팀의 첫 메달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금메달만 바라보고 달려왔기에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장준은 또 하나의 목표였던 “재미있고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화끈한 공격을 앞세운 고득점 태권도는 많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인생의 목표 또한 마찬가지다. ‘잘하는 선수’를 설명하기에 올림픽 메달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