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도쿄 리포트] ‘리빙 레전드+열정男’ 펜싱 김정환이 세운 위대한 이정표

입력 2021-07-25 13:3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정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은 대한민국 펜싱 남자 사브르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남자사브르대표팀의 영광의 순간에는 늘 그가 있었다. 2012런던올림픽, 2014인천아시안게임,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인전 동메달은 김정환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대단한 업적의 징표다.


김정환은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이후 잠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지만, 올해 다시 대표팀에 복귀해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뽐냈다. 2020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 한창이던 6월말 진천선수촌에서도 후배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않으며 열정을 불태웠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얼굴에는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야말로 ‘타고난 펜서’였다.


24일 지바현 마쿠하리멧세홀B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도 특유의 열정은 그대로였다. 후배 오상욱(성남시청)과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각각 8강과 32강에서 탈락한 탓에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지만,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경쟁력은 여전했다. 체력과 순발력은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어떻게든 한 발 더 움직이는 플레이로 상대를 당황케 했다. 누구보다 크게 소리쳤고, 피스트 위에서 몸을 던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산드로 바자제(조지아)에게 15-12로 승리한 비결이기도 하다.

김정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메달로 김정환은 한국펜싱 역사에 위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유일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이다. 세계를 호령하는 선수들이 모두 집결하는 올림픽에서 3회 연속 메달을 따냈다는 것은 세계에서 기량을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김정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노장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대회 첫날부터 그 약속을 지켰다. 단순히 살아있음을 넘어 거물급 선수들이 즐비한 올림픽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음을 증명했기에 그 의미는 엄청나다.


아직 김정환의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28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질 남자 사브르 단체전을 준비해야 한다. 런던올림픽에서 우리가 금메달을 따냈지만, 리우올림픽에선 로테이션상 열리지 않았던 종목이다. 이번 올림픽의 목표로 삼은 단체전 금메달을 위해 김정환은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곧바로 긴장의 끈을 조였다.

도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