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안치홍.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30일 “안치홍과 상호 합의 하에 +2년 계약 연장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양측은 2020시즌 시작에 앞서 독특한 2+2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뮤추얼 옵션으로 첫 2년은 총액 26억 원. 여기에 올 시즌 후 최대 31억 원의 연장안이 포함돼있었다. 연장에 합의할 경우 바이아웃 1억 원이 사라지며 총액 56억 원(25억 원+31억 원)이 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시장 상황도 선수가 갑이 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것이 유력했던 박민우(NC 다이노스)는 원정숙소 방역수칙 위반이 적발되며 명분과 실리 모두 잃었다. 서건창(LG 트윈스도) 트레이드로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벗었다. 전반기 55경기서 타율 0.325, 5홈런으로 2루수 FA 최대어로 꼽혔던 안치홍으로서는 금전적인 요소만 따진다면 시간을 더 끄는 것이 유리해보였다.
하지만 계약 발표 직후 연락이 닿은 안치홍은 이러한 시선에 고개를 저었다. 안치홍은 “롯데에서 먼저 제안을 했을 때 정말 감사했다. 큰 고민 없이 바로 결정했다. 오늘 발표가 났다는 것은 이전부터 교감하고 있었다는 의미”라며 “외부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결정했다. 롯데 팬들께서 매순간 응원해주신 걸 알고 있다. 내게 큰 의미가 있는 구단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끝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2019시즌 후 FA 권리를 행사했을 때 자신에게 손을 뻗어준 팀, 그리고 다시 리그 정상급 2루수로 발돋움하게 만들어준 팀. 안치홍은 실리보다 이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했다. 독특한 계약방식으로 인해 물밑에서 각종 트레이드설이 나왔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았던 것도 굳은 신뢰 덕분이었다.
이제 2년 반이 보장돼있다. 올 시즌 후 다시 시장에 나오는 선수와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롯데가 일찌감치 손을 뻗은 것은 안치홍이 흔들리지 않을 선수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안치홍은 계약과 별개로 지금처럼 꾸준히 활약할 선수”라고 단언했다. 안치홍도 “새로운 2년 계약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전반기 성적이 좋다고들 하지만 만족은 없다. 이제 계약을 했으니 후반기 준비를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계약 직후부터 ‘2+2년 계약이 아닌 4년 보장계약으로 생각한다’고 숱하게 말했다. 내게 기회를 주고 길을 열어주며 도전할 수 있게 해준 팀이다. 올해 끝나고 욕심을 내 한 번 더 도전하는 것보다 롯데에 남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강했다. 내가 꼭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잡은 것 아닌가. 정말 고마운 팀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였다.”
롯데 안치홍은 30일 +2년 조기 연장에 합의했다. 시즌 후 스토브리그에서 자신의 몸값을 더 올릴 수도 있었지만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택했기에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