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정후(왼쪽), 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한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의 무서운 상승세와 강백호의 하락세가 맞물려 21일 경기 후에는 극적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정후(0.3647)가 강백호(0.3643)를 4모차로 제치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5개월 만에 타격 1위 자리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이 순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날(22일) 강백호가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3타수 1안타, 이정후가 인천 SSG 랜더스전서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면서 금세 자리를 맞바꿨다. 이날까지 강백호(0.364)와 이정후(0.363)의 격차는 불과 1리.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기에 결과를 속단할 순 없지만, 강백호의 독주체제였던 타격왕 경쟁이 안개 속으로 빠져든 것만은 분명하다.
타율의 변동 폭은 강백호와 비교해 이정후가 클 수밖에 없다. 22일까지 강백호는 485타석, 이정후는 426타석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들 2명 모두 몰아치기에 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이정후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팀의 사정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32경기를 남겨둔 선두 KT가 빠르게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면, 강백호의 타격왕 타이틀을 위해 출전 간격을 조정해줄 가능성도 있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출전시킬 이유도 없다. 강백호 입장에선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28경기를 남겨둔 키움은 치열한 5강 싸움을 펼치고 있다. 이정후는 팀의 핵심이다. 타격왕 경쟁과 별개로 꾸준히 경기에 나가야 한다. 이에 따른 체력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부상 복귀 후 12경기에서 0.465(43타수 20안타)의 고타율을 기록 중인 페이스가 꺾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주는 게 그만큼 중요해졌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정후가) 후반기 우리 팀에 큰 에너지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즌 끝까지 부상 없이 가야 한다.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이 부문 3위 양의지(NC 다이노스·0.335)에게도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9월 이후 타율 0.270(74타수 20안타)으로 한풀 꺾인 게 아쉽지만, 한 번 감을 잡으면 거침없이 몰아치는 성향을 무시할 수 없다. 8월 23일까지 3푼7리였던 강백호(당시 0.385)와 이정후(0.348)의 격차가 한 달 만에 좁혀졌듯, 양의지에게도 여전히 기회는 열려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