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설’ 최경주, 또 하나의 역사를 쓰다

입력 2021-09-27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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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탱크’ 최경주가 27일(한국시간) 한국인 최초로 PGA 챔피언스 투어 정상에 올랐다.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는 최경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최경주(51)가 또 한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국프로골프(PGA) 정규 투어 8승으로 아시아 국적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코리안 탱크’가 시니어무대인 챔피언스 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경주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 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총상금 220만 달러·25억9000만 원)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로 나란히 11언더파를 기록한 베른하르트 랑거, 알렉스 체카(이상 독일)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33만 달러(3억9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2라운드까지 2타 차 선두였던 최경주는 2번(파5) 홀에서 첫 버디를 낚은 뒤 5번(파3)~6번(파5)~7번(파3)~8번(파4) 홀에서 4연속 버디 행진을 벌이는 등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14번(파4) 홀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가 나왔지만 별다른 위기조차 없을 정도의 여유있는 우승이었다.


챔피언스 투어는 만 50세 이상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로 1970년생인 최경주는 지난해부터 챔피언스 투어와 정규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2018년 갑상선 종양 제거 수술과 허리통증으로 8개월가량 쉰 뒤 재기해 또 다른 화제를 뿌렸던 ‘불굴의 주인공’은 지난주 챔피언스투어 샌퍼드 인터내셔널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내며 마침내 시니어 무대까지 정복했다.


1995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팬텀 클래식에서 국내 무대 첫 승을 따낸 최경주는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00년 한국인 최초로 PGA 투어에 진출했다. 2년 차인 2001년 톱10에 5차례 이름을 올리며 가능성을 확인한 뒤 2002년 컴팩 클래식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쟁취했다. 이어 2011년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정규 투어에서 8승을 수확해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6승으로 추격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경주가 PGA 투어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10년 4개월 만. 공식 대회 우승은 2012년 10월 코리안투어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약 9년 만이다.


최경주는 “10년도 넘게 걸려 다시 우승했다. 정말 간절히 우승을 다시 하고 싶었다. 매 경기를 뛸 때마다 우승을 원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밝혔다. “시니어 투어에서의 우승도 매우 어렵다. 특히 첫 우승은 더 어렵고, 그래서 더욱 기쁘다. PGA (정규) 투어 첫 우승을 했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라며 “이 코스에서 여러 번 경기했지만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다. 나에게 환상적인 대회가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자신이 호스트를 맡은 대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우승은 더 뜻깊다. 한국 무대에서 통산 16승을 기록 중인 최경주는 곧바로 귀국길에 올라 30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개막하는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 원)에 출전해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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