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의리. 스포츠동아DB
이의리는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투구훈련을 마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도중 계단을 잘못 밟아 부상을 당했다. 검진결과 오른 발목 인대 부분손상. 복귀까진 4주 이상이 필요해 올 시즌 내에 복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이의리의 독주 체제였던 신인왕 경쟁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까지만 보면 이의리는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 개막 엔트리에 합류해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돌며 19경기 4승5패, 평균자책점(ERA) 3.61(94.2이닝 38자책점), 93삼진, 56볼넷의 성적을 거뒀다. 0.204의 피안타율도 인상적이다. 그 활약을 인정받아 2020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임팩트는 올해 신인들 중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 졸업 후 입단한 첫해부터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꾸준함도 인정받아 마땅하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SSG 장지훈(왼쪽), 롯데 최준용. 스포츠동아DB
그러나 팀이 3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이탈하게 된 지금의 상황은 이의리 입장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굳히기에 나설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색이 없지만, 다른 경쟁자들에게 여지를 준 것만큼은 분명하다. 입단 첫해부터 팀에서 3번째로 많은 49경기에 등판한 우완 잠수함투수 장지훈(23·SSG 랜더스)과 신인왕 자격을 갖춘 2년차 우투수 최준용(20·롯데 자이언츠)도 후보로 거론되는 데 결격사유가 없다.
장지훈은 약점으로 지적됐던 SSG 불펜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2승3패1세이브9홀드, ERA 4.04를 기록했고, 64.2이닝 동안 볼넷 14개만을 허용하며 제구에도 강점을 보였다. 상대 타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피칭은 가장 큰 매력이다. 김원형 SSG 감독도 “장지훈이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어도 손색없다”고 응원하고 있다.
롯데 최준용은 지난해 29.2이닝을 소화, 신인왕 자격 기준인 30이닝(1군 기준)을 채우지 않았다. 올해도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부상으로 40일간 자리를 비우기도 했지만, 33경기 2승1패1세이브16홀드, ERA 2.52를 기록하며 필승계투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을 앞세워 20홀드에도 도전하고 있다.
LG 문보경(왼쪽), 두산 안재석. 스포츠동아DB
야수 중에선 LG 트윈스 문보경(81경기 타율 0.242·8홈런·36타점) 과 두산 베어스 안재석(75경기 0.264·2홈런·13타점)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표본이 크지 않아 앞서 언급한 투수들을 넘어서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설위원 A는 “이의리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기에 정말 예측이 쉽지 않다”며 “최준용이 마지막까지 홀드를 쌓으며 지금과 같은 투구를 보여준다면 충분히 도전이 가능하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