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미란다. 스포츠동아DB
실제로 정규시즌은 출발은 달랐다. 4월 5경기를 4승, ERA 1.85로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환골탈태라며 놀라워했지만, 이 때만 해도 불안요소가 있었다. 많은 삼진을 엮어내는 반대급부로 이닝당 투구수는 20.1개로 지나치게 많았다. 긴 이닝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5월 첫 3경기에서 2차례나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부진은 여기까지였다. 5월 26일 한화전부터 이달 1일 LG 트윈스전까지 16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작성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이 기간 성적은 1완봉승을 포함해 9승2패, ERA 1.85(112이닝 23자책점)다.
4일 기준 올 시즌 성적은 13승5패, ERA 2.33(150.1이닝 39자책점), 194삼진으로 다승, ERA, 탈삼진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승률(0.722) 부문에선 동료 최원준(0.846·11승2패)과 다소 격차가 있지만, 나머지 3개 부문은 타이틀을 노리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다.
특히 엄청난 삼진 능력은 미란다의 전매특허다. 시즌을 치를수록 일본과 대만리그를 거치며 아시아무대에 익숙해진 장점이 나오고 있다. 팀이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공인구에 100% 적응하고, 전력분석팀과 정보를 공유하며 타자들을 파악하니 그야말로 무적이 됐다.
시속 150㎞대의 강속구와 스플리터, 슬라이더의 피칭 메뉴를 두루 결정구로 활용하고, 특유의 높은 릴리스포인트를 앞세운 무브먼트 또한 위력적이어서 많은 삼진을 엮어내고 있다. 5월까지 44.1이닝 동안 29개였던 볼넷이 6월 이후 70.2이닝 동안 16개로 크게 감소한 것도 긴 이닝을 소화하며 자신감을 얻은 비결이다.
기록도 따라왔다. 미란다는 이미 2019년 조쉬 린드블럼(189삼진)을 넘어 구단의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 보유자가 됐다. 1984년 고(故)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달성한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기록도 37년 만에 넘어설 기세다. 애물단지였던 미란다의 놀라운 반전에 두산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