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강철 감독이 밝힌 극적인 KT의 페넌트레이스 우승 뒷이야기

입력 2021-11-03 17: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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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t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첫 훈련을 가졌다. kt 이강철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게 해준 거구나 싶었다.”

KT 위즈의 창단 첫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지휘한 이강철 감독(55)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3일 수원KT위즈파크로 선수단을 소집해 14일부터 시작될 한국시리즈에 대비한 훈련을 시작한 이 감독은 이에 앞서 취재진에게 정규시즌을 마친 소회와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돌아보니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일정이 마치 한국시리즈를 미리 경험하게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브레이커 승리가 주는 의미가 크다”며 미소를 지었다.

쿠에바스 “오늘 OK! 내일은 몰라!”

KT의 타이브레이커 1-0 승리는 윌리엄 쿠에바스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 지난달 28일 수원 NC 다이노스와 더블헤더 제2경기에 선발등판했던 그는 이틀을 쉬고 31일 삼성 라이온즈와 타이브레이커에 선발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이 감독은 “역대급으로 쿠에바스의 볼이 좋았다. 이걸 보려고 쿠에바스와 3년 동행했나 싶을 정도였다.

지난 2년은 중요한 순간 아쉬울 때가 있었는데 올해는 달랐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구상을 바꿔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3이닝만 막아줘도 괜찮다고 봤는데 공의 회전수와 움직임이 너무 좋았다”며 “걱정돼 물어봤더니 ‘지금은 괜찮은데 내일은 모르겠다’고 하더라. 경기 중 나에게 너무 심각해하지 말라는 농담도 했다. 빅게임 투수가 됐다”고 흡족해했다.

모두를 살린 박경수의 9회초 호수비

KT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는 1-0으로 앞선 타이브레이커 9회초 삼성 선두타자 구자욱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잡아 아웃시켰다. 박경수는 모자를 벗어 그라운드에 던지는 격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평소 감정표출이 드문 베테랑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수비 후 박경수의 포효, 그걸 보면서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박)경수가 경기를 뛰면서 부담이 컸을 텐데 정말 큰 걸 하나 해줬다. 그 덕분에 감독인 나도 선수를 기용하기가 더 편해졌다. 여러 가지가 다 좋게 끝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28일 NC와 더블헤더 제1경기를 비겨 결국 타이브레이커가 열렸다. 그 경기 후반에 대타를 쓰면서 박경수와 심우준을 동시에 뺐다. 그걸 뼈저리게 후회하기도 했고, 이후 경기들은 대타 활용을 최대한 자제했다”고 고백했다.

모두가 한 뼘 더 성장한 막판 혼전

이 감독은 “마지막까지 긴장감 있었다. 우승이 이렇게 어렵다는 걸 다시 느꼈다. 사실 나도 죽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소득은 컸다. 선수들은 우승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상대와 기 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등 확실히 달라졌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 막바지 경기를 통해 우리 애들이 달라졌다는 걸 많이 느꼈다. 그걸 느끼면서 나도 (우승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브레이커를 포함해 페넌트레이스 막바지는 (한국)시리즈를 한 차례 해본 것과 다름없다. 과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더 얻은 게 많은 것 같다”며 흐뭇함을 드러냈다.

수원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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