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탈락→매달 현역 신청→입대 3주 전 합격, LG 이상영은 더 자랐다 [인터뷰]

입력 2021-12-08 14:5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상무 야구단에 원서를 넣었으나 아쉽게 최종 탈락. 빠르게 국방의 의무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에 매달 국방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현역 입대를 신청했다. 시즌을 끝낸 12월 말, 현역 입대 영장이 날아왔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입소일 정확히 3주 전, 상무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이상영(21·LG 트윈스)은 2023년 6월, 천군만마가 되어 돌아오겠다는 각오다.

현역 입대 3주 전 들려온 합격 소식

국군체육부대는 7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2년 1차 국군대표(상무)선수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이상영의 이름도 포함됐다. 올해 초에도 상무에 원서를 냈으나 탈락의 아픔을 맛본 그로선 1년 만에 반전에 성공한 셈이다.

표본이 확실히 쌓인 덕이다. 2019년 2차 1라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지난해까지 1군 3경기 2.2이닝 소화에 그쳤다. 1군 기록이 없기 때문에 상무 지원자들 중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21경기서 50이닝을 책임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ERA) 4.32를 기록했다. 팀 마운드에 구멍이 뚫린 위기 상황에서 제몫을 다하니 류지현 감독도 고마워했다.

8일 연락이 닿은 이상영은 “1년 전 모집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정말 간절했다. 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다. 기분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상영은 올 초 상무 탈락 후 2군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렀다. 1군 기회가 쉽지 않아보였던 상황, 매달 현역 입대를 신청했다. 하지만 군 입대 대기자가 워낙 많은 탓에 날짜가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께 “1군에서 선발로 1경기 정도 던지고 입대하고 싶다”고 각오했다.

시즌 초부터 대체선발 기회가 찾아왔다. 1경기 선발등판만 욕심냈던 유망주는 2021시즌을 다 치른 뒤 상무에 재도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만약 이번에도 떨어졌다면 12월 28일 현역 입대가 불가피했다. 입영 통지서를 받아둔 상황에서 상무 합격 통보를 들었으니 기쁨은 두 배 이상이다. 이상영은 “계속 야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LG 팬 사랑의 힘 느낀 유망주의 각오
정우영, 임준형, 문보경, 이정용 등 동료 선수들에게 축하 연락이 쇄도했다. 이 중 정우영은 “입소일에 논산 훈련소까지 태워다주며 배웅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지금 부산 본가에 머물고 있는 그는 당분간 못 뵐 부모님과 입소 순간을 함께할 참이다. 비록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상영으로선 동료들의 그 마음 자체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데뷔 후 최고의 시즌. 목표했던 50이닝도 정확히 채웠다. 이상영은 “LG 팬들이 왜 프로야구 최고라는 얘기를 듣는지 알았다. 과분할 만큼 큰 팬들의 사랑이 피부로 느껴졌다. 못할 때도 격려를 해주신 덕에 이겨낼 수 있었다. 왜 1군에서 야구를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며 “상무에서 몇 계단 더 성장해서 돌아오겠다. 2023년 6월 전역인데, 그때 곧바로 1군에 합류해 필요한 역할을 해낼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돌아와서는 지금껏 받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군 복무 기간 구체적 목표도 있다. 보직은 박치왕 감독 이하 상무 코칭스태프가 결정하겠지만, 100이닝·10승·100탈삼진이 목표다. 이를 위해선 제구, 구속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성장해야 한다. 이상영은 “이번에 (임)준형이가 북부리그 ERA 상을 받았다. 내년엔 내가 남부리그 타이틀을 받고 싶다”며 “2군에서 동료들을 만나도 봐주는 거 없다. 진짜 좋은 투수가 되어 돌아오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불과 1년 전,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했다. 사실 탈락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단계였다. 하지만 1년 만에 당당히 합격증을 따냈다. 이상영은 그 사이 훌쩍 자랐고, 더 자랄 준비 중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