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판 지단-파본정책? KIA, 3번째 홈런 기대하는 이유 [베이스볼 브레이크]

입력 2021-12-27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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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는 한때 ‘지구방위대’로 불리는 초호화 멤버들을 잔뜩 수집했다. 공격과 미드필드에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등 세계적 스타들을 영입해 ‘갈락티코스(은하수)’란 별칭을 얻었다. 반면 수비진에는 이렇다 할 대어급 영입이 많지 않았다. 프란시스코 파본, 페르난도 이에로 등 내부 자원들이 중심을 잡았다. 공격 자원에 적극적으로 돈을 투자하고 수비에선 육성으로 승부를 보는, 이른바 ‘지단-파본 정책’이었다.

KBO리그에서도 지단-파본 정책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KIA 타이거즈다. 2009년과 2017년, KIA가 공격 자원 영입에 팔을 걷어붙였을 때 결과는 언제나 ‘대박’이었다. 앞선 2 차례의 성공. KIA는 이제 3번째 홈런을 노린다.

KIA는 23일 나성범(32)과 6년 총액 150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2022년 FA 시장을 뒤흔든 ‘빅딜’이었다. 주축타자들의 노쇠로 타격약화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던 KIA에 30홈런 이상을 기대할 자원의 영입은 천군만마다.


KIA의 외부 FA 타자 영입은 꼬박 5년만이다. 앞선 주인공은 최형우(38)였다. KIA는 2017시즌에 앞서 4년 총액 100억 원에 최형우와 계약했다. KBO리그 최초로 FA 100억 원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다. 결과는 트로피였다. 이적 첫해 142경기에서 타율 0.342, 26홈런, 120타점을 기록한 최형우는 KIA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KIA의 공격적 야수 영입 사례는 2009년에도 있었다. 당시 KIA는 개막 직후 LG 트윈스와 1대2 트레이드로 투수 강철민을 내주는 대신 김상현과 박기남을 수혈했다. 만년 유망주였던 김상현은 121경기에서 타율 0.315, 35홈런, 127타점을 올리며 당당히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명문’ 타이거즈 군단의 최근 2차례 우승 시즌에는 외부에서 수혈한 타자가 중심을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외에도 투수 쪽에는 내부 육성 유망주들이 에이스로 올라섰다는 점도 닮아있다. 올 겨울 흐름도 비슷하다. 사실상 내부 FA와 다름 없는 양현종과 계약하며 ‘에이스’를 되찾았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양현종~임기영~이의리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은 어느 팀과 견줘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홀드왕’ 장현식을 비롯해 정해영, 전상현 등이 지킬 불펜도 얇지 않다.

물론 나성범 혼자의 힘으로 바꾸기에는 최근 KIA 타선의 흐름이 너무도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심타자 역할을 해낼 타자 한 명이 +1 이상의 시너지를 내는 사례는 숱했다. KIA는 KBO리그판 지단-파본 정책의 3번째 홈런을 쏘아 올릴 수 있을까. 2022년 조짐은 충분히 좋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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