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동방고 안성수 교장이 ‘학생주도 체육대회’를 하는 이유

입력 2022-07-04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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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방고등학교 체육대회가 지난 5월19일 열렸다. 이번 체육대회는 종목선정, 규칙제정, 경기운영 등 학생회가 주도했다. 사진은 동방고 42기 학생회. 사진제공|동방고 학생회

학생회가 주도해서 체육대회를 운영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5월 19일 대전 동방고등학교에서는 3년 만에 열린 체육대회가 전교생이 참여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끝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년간 열리지 못했던 학교축제가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모두의 기대 속에 되살아났다.

보통 체육대회 같은 학교의 큰 행사들은 교사들이 주도해 계획하고, 학생회가 운영에 도움을 주는 ‘관례’에 따라 진행됐다. 하지만 올해 체육대회는 다소 달랐다. 학생회가 주도하고, 교사들은 단지 결승전에서 심판을 보는 등 조력자로 활동했다.

이번 체육대회에서 학생회의 역할은 다양했다. 먼저 종목을 선정하고, 나아가 각 종목의 세부 규칙 결정, 예선전 일정 수립, 경기 운영에 필요한 장비와 소품 등의 준비 및 관리, 각 종목 심판 담당 등이었다.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많은 체육대회 관련 일들을 단지 16명의 학생회 임원이 힘을 모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여태껏 학생회는 학생과 학교의 징검다리로서 교사들이 계획한 것을 단지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데 그쳤다. 이와는 달리 올해 체육대회를 학생회가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성수 동방고등학교 교장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안 교장은 “본래 예전부터 학생들을 위한 축제인 체육대회를 학생들을 위해 학생의 바람을 잘 반영하고자 학생회가 주도적으로 꾸려나가는 것에 대한 계획이 있었는데, 마침 체육부장 선생님과 뜻이 맞았고 학생회의 자발적 희망과 참여 의지 덕분에 성사될 수 있었다”며 “학생회가 주도하되 이 일들을 선생님들이 도와줘 협업하는 체육대회,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학교행사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협업하는 행사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 교장은 또 “학생회가 종목도 선정하고 예선도 신경 써 질서 있게 운영하고 연락체계도 자체적으로 잘 유지하는 등 앞으로 학생회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됐으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학생회가 주도한 이번 체육대회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자 김가현 회장 외 2명의 학생회 임원을 만났다. 먼저 학생회가 이번 체육대회를 준비하며 목표했던 것을 묻자 김 회장은 “학생회가 처음 주도해보는 행사이기에 추가적인 것들보다 전통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해환 부회장은 “‘기본만 하자’, 아무래도 처음 학생회가 주도해보는 것이기에 기본만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학교의 체육대회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학생회는 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떤 고충을 겪었을까. 학생회 체육부장 임다슬 학생은 “예선 같은 경우 학생이 심판을 보기 때문에 선생님이 할 때에 비해 이의가 많이 제기돼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회장은 “학생이다 보니깐 학원과 숙제 같은 방과 후 각자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주말 같은 경우 학생들끼리 연락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학생회 안팎으로 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소통의 불편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진행 면에서는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위임된 권한이 없어 매끄러운 진행을 할 수 없었다. 또한 학생회의 결정이 아닌 사항들까지 단지 학생회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비난을 받는 것들이 힘들고 어려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학생회가 어떤 학교행사를 수행하기 위해선 교사들의 더 많은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하는 한편 “이번 42기 학생회는 열심히 일했지만, 작은 격려와 박수조차 받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반면 학생회는 이번 체육대회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면서 어떤 것을 느끼고 얻었을까. 김 회장은 “여러 사람을 만나 피드백을 주고받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의사소통능력이 늘었고, 평소 스타트업 CEO라는 진로에 관심이 있는데 회장으로서 활동하며 누가 어떤 일에 적합한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일을 부여하는 리더로서의 능력이 향상된 것 같았다”며 “나중에 이 경험을 통해 사회생활에 있어서 윗사람, 아랫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경험”이라며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김 부회장은 “대부분 아이들이 만족해했던 체육대회였던 것 같아 보람을 느꼈고, 내가 희밍하는 진로인 CEO 같은 책임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며 “일은 적게 할수록 좋다는 교훈을 스스로 얻었다”고 밝혔다.

책임감을 느꼈다는 학생도 있었다. 임 체육부장은 “이전까지는 내가 하지 못한다면 떠넘겨도 된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가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열심히 일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에 매사에 책임감을 느끼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잃어버렸던 활기를 체육대회 당일뿐만 아니라 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고군분투했던 학생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2023년 5월 4일로 예정돼 있는 동방고등학교의 다음 체육대회 때는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한다.

박주형 스포츠동아 학생기자(대전 동방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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